[시론/장동희]국제수로기구 총회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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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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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희 동북아역사재단 국제표기명칭대사
장동희 동북아역사재단 국제표기명칭대사
동해 표기와 관련한 온 국민의 관심 속에 국제수로기구(IHO) 총회가 23∼27일 지중해 연안의 도시국가인 모나코에서 개최되었다. 푸르디푸른 지중해의 안온한 풍경이 필자에게는 마냥 평화스럽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는데, 그것은 또 다른 바다 ‘동해’가 가져다주는 압박감 때문이었다.

‘동해 병기’실현하지 못해 아쉬워

국내외 시민단체와 한인회 대표들이 모나코까지 직접 날아와서 보여준 열렬한 성원은 우리 대표단에 큰 힘이 되었고, 동시에 매서운 채찍으로도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회에서도 ‘동해 병기’를 실현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과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총회는 아쉬움과 함께 여러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이번 총회를 통해 IHO ‘해도(海圖, S-23)’에서 일본해 단독 표기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일본은 동해 표기 문제로 S-23 신판 발간이 지연되는 만큼 신판 발간을 서두르자며, IHO가 1953년 발간한 3판을 기준으로 합의된 부분부터 부분적으로 수정해 나가자고 제안하였다. 한일간 합의가 되지 않은 동해 부분은 3판에 표시된 ‘일본해’를 그대로 사용하자는 의도를 가진 이 제안은 표결에 부쳐진 결과, 일본 외에는 단 한 나라의 지지도 받지 못해 논의조차 안 되고 폐기됐다. 이는 IHO 회원국들이 동해 표기 문제를 논의하는 데 S-23 3판을 더는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는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다. 일본은 S-23 3판을 근거로 ‘일본해’가 유일하게 IHO에서 승인받은 이름이라는 주장을 할 근거를 상실했다.

둘째, 단일 명칭 사용이라는 국내 정책상 이유를 들어 ‘동해 병기’에 소극적 입장을 보였던 미국과 영국이 일본의 제안을 지지하지 않은 것도 작은 성과다. 미국도 처음에는 1953년의 3판을 기준으로 해서 합의되는 부분부터 고쳐 나가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우리 대표단과 협의를 거쳐 한일 양측 간 합의를 촉구하는 식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그동안 동해 병기의 정당성에 대한 우리 측의 지속적 설득이 있었던 데다 재미교포를 중심으로 한 동해 병기 노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셋째, 전자해도가 급격히 발전하는 현 상황을 감안해 S-23을 폐지하고 전자해도로 대체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종이해도와 달리 전자해도는 정보기술(IT)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만큼, 전자해도 시대에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번 IHO 총회를 계기로 개최된 해도 전시회에 동해 표기가 된 최첨단 전자해도를 설치·운영하고 최종 시상식에서 1위를 차지함으로써, 전자해도 기술의 우수성을 국제 사회에 널리 알렸다.

일본해 단독표기 저지는 다행

넷째,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남북간 조성되는 긴장관계에도 불구하고 동해 표기 문제에 관한 한 IHO 총회에서는 남북 공조가 확실히 이루어졌다. 이러한 남북 공조는 총회기간 내내 일본을 압박하고 동해 병기의 정당성을 과시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번 IHO 총회는 더 이상 일본해를 단독 표기한 해도 발간을 못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동해 병기를 이루지 못했다는 점은 여전히 큰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회의였다. 그러나 필자가 개별적으로 접촉한 대다수 외국 대표들은 일본의 완고한 태도에 답답해하면서, 동해 병기의 정당성에 아낌없는 지지를 표명하여 주었다. IHO에서의 동해 병기 실현은 5년 후로 미루어졌지만 우리는 국내외 시민단체와 협조해 국제사회에서 병기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전자해도 시대에도 철저히 대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장동희 동북아역사재단 국제표기명칭대사
#국제수로기구#동해 명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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