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명수]학교폭력 근절하려면 실상부터 알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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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한국교원대 교수
김명수 한국교원대 교수
최근 중학생의 잇단 자살을 통해 드러난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국민들이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문제는 학교폭력이 최근 갑자기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만 반짝 관심을 갖다가 잠잠해지면 이내 잊어버리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국민적 관심이 모아진 지금이야말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학교폭력 문제는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 정부 등 모든 주체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가감 없이 드러낸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학부모의 알권리와 함께 시기나 의도 측면에서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설문조사지 회수율이 100%를 넘는 학교가 202개교나 된 것은 전·입학으로 2월 전수조사 당시 학생 수와 교육통계(2011년 4월 1일 기준)에 나타난 학생 수가 달라졌거나 본교와 분교 구분이 잘못돼 본교 학생이 분교 학생으로 분류된 경우, 학생이 학교와 집에서 중복 응답한 경우 등에 따른 것으로 보충 또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이는 전체 학교의 2% 미만으로 전수조사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 공개는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첫 단추를 끼운 것이다. 정부는 회수율이 10% 미만인 1906개교와 신설 학교에 대해 다시 조사할 계획이다. 학교폭력 조사 과정에서 나타난 통계상의 문제들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찾는 조치도 필요하지만 이로 인해 학교폭력의 실상을 드러낸 이번 조사의 의미가 흐려져서는 안 된다. 통계상의 문제로 학교폭력의 실태와 조사의 의미가 폄훼된다면 달을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의 모양새만 따지는 것과 같다. 139만 명이라는 숫자는 통계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데이터다. 그뿐만 아니라 139만 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적어준 학교폭력 실태에 관한 내용은 해결책 마련에 대단히 소중한 자료다.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학부모와 지역사회에 학교폭력 실태를 공개하고 예방과 근절을 위한 노력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노력은 정부가 학교폭력 수치에 대한 비교를 통해 학교의 우열을 가려 학교에 부담을 주려는 의도는 분명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실태조사의 근본 취지를 국민에게 이해시키는 노력을 해 학교의 부담과 거부감을 줄여 주어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실태조사 결과를 앞으로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는 학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폭력 실태조사와 공개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최소 회수율 설정, 학교폭력과 일진 등 용어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 결과 공표 이전에 단위 학교에 소명기회 부여 등을 통해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시급한 것은 학교폭력의 실상을 드러내 학생과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 모두가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학교는 그동안 폭력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여러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와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학교가 적극적으로 풍토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김명수 한국교원대 교수
#학교폭력#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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