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승직]젊은 기능인들이 산업현장에 돌아오게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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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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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직 인하대 교수 전 국제기능올림픽 한국기술대표
서승직 인하대 교수 전 국제기능올림픽 한국기술대표
국가의 경쟁력은 국민의 능력에서 나온다. 한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산업화의 기적을 이룬 것도 국민의 결집된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산업화의 성공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 발전을 이룬 이후 우리의 현실은 능력보다는 학벌을 중시하는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교육의 모든 것도 오직 대학으로만 통하고 있을 뿐이다. 대학 만능의 교육정서가 2011년 현재 373만5000여 명의 대학생과 434개의 고등교육기관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대학 졸업생의 절반을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실업자로 전락시켰으며 반값등록금이라는 국가적 난제도 불러왔다. 한편 산업 현장에서는 은퇴를 앞둔 숙련기술인의 노하우마저 물려받을 젊은 기능인이 없어 돌아가던 기계가 멈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는 교육의 백년대계는 포장에 불과할 뿐 대학 만능의 교육정서에 편승한 학벌중심 사회로의 정책을 추구해 국가 경쟁력의 손실을 초래한 것이다. 그동안 대의명분 아래 추구된 정책마다 겉으로는 한결같이 능력중심 사회를 만든다고 외쳤지만 오히려 교육기관의 정체성마저 잃어버린 정책만 추구해 능력중심 사회의 실현을 더 어렵게 만든 것이다. 전문계고가 직업교육의 완성학교가 아닌 연계 교육기관으로 전락한 것이나 전문대학을 사실상 4년제 대학화한 것 등이다. 이는 교육정서의 타파는커녕 오히려 학벌중심 사회를 장려한 정책의 결과로 교육의 양극화만 심화시켰다.

기능올림픽을 휩쓸 만큼 세계 최고 기능강국에서 특성화고가 직업교육기관으로 성공하지 못한 것이나 산업현장에서 숙련기술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젊은 기능인이 없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기능 선진국에서는 장인의 혼과 맥을 잇는 젊은 기능인들로 넘쳐나고 있다. 우리는 기능 선진국인 독일이나 일본의 산업현장에서 볼 수 있는 노하우 전수 시스템도 구축하지 못했다. 기능올림픽을 통해 이룩한 국위 선양은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인 값진 일이지만 재능 있는 기능인을 인재로 육성해 제조업의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 것은 국력 손실이다.

현재 일부 젊은 기능인과 명장들은 기능 선진국에서도 볼 수 없는 파격적인 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많은 기능인들은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해 산업현장을 외면하고 있으며 실업자가 될지언정 대학 진학의 길을 택하고 있다. 이 같은 기능인 우대 정책은 기능강국 유지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결코 기능 선진국을 이루는 초석은 될 수 없다. 우수 기능인을 격려하는 포상은 적극 장려해야 할 일이지만 무엇보다도 우수한 마이스터고 출신과 재능이 뛰어난 기능인이 산업현장으로 돌아오게 할 수 있는 근본적인 시스템의 구축이 절실하다.

대기업의 고졸사원 공채는 학벌 타파와 능력중심 사회의 초석을 다질 기회로 환영할 일이다. 고졸 채용의 성공의 관건은 만연된 교육정서 타파에 달려 있다. 학벌의 편견에서 비롯된 차별적 대우를 없애고 능력에 따른 승진과 승급을 보장하고 또 최고 전문가의 위치에도 오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희망을 줘야 한다. 학벌중심 사회의 전문 직업인처럼 성공한 고졸 출신 아버지도 자식에게 자신이 걸어온 길을 자랑스럽고 떳떳하게 권할 수 있는 사회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능력중심 사회는 능력에 따른 공정한 대우뿐 아니라 학벌로 인한 편견과 차별이 없다고 모두가 인정하는 사회를 말한다. 금오공대가 작년에 이어 올해 2월 졸업식에서도 두 명의 전문계고 출신 최고경영자(CEO)에게 명예 박사학위를 준 것은 능력중심 사회 실현의 본보기다. 이는 직업과 직위의 편견 없이 능력의 가치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문화의 정착과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능력중심 사회의 실현은 반값등록금 해결과 대졸 실업자 양산을 막을 수 있는 본질이며 궁극적으로는 나라를 튼튼하게 살리는 일이다.

서승직 인하대 교수 전 국제기능올림픽 한국기술대표
#기고#서승직기능인#명장#젊은기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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