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노년 세대 ‘자손의 미래 삶’ 걱정하며 투표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0일 03시 00분


올해 국가 예산은 지난해와 비교해 16조4000억 원 늘어났는데 그중 6조2000억 원이 복지 예산이다. 여야가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경쟁적으로 복지 예산을 증액한 결과다. 성장을 위한 재정투자는 소홀히 하면서 퍼주기에 골몰하는 양상이다. 총선을 맞아 여야의 포퓰리즘 복지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내세우는 무상급식 무상보육은 2002년 민주노동당의 대선 공약이었다. 두 당의 전신(前身)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그때는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해 놓고 이제 와서 그대로 수용했다. 이번 총선에 나온 복지 공약을 다 지키려면 5년간 340조 원이 필요하지만 재원조달 방안은 불투명하다. 복지를 늘리기 위해 필요한 증세(增稅)와 성장에 대해선 아무도 진지하게 말하지 않는다.

정부가 나서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안에서 공약을 내놓아야 한다고 위험성을 경고하지만 정치권은 오히려 정부를 성토한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까지도 “이명박 정부의 747(7%대 경제성장률, 4%대 소비자물가 상승률, 7대 경제강국 진입) 대선 공약에는 아무 소리도 안 하더니 지금 와서 왜 이러느냐”고 되받아친다.

지난달 10일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주기로 했다”는 소식에 그리스 의원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세계로 전파됐다. 우리가 1997년 외환위기를 ‘IMF 사태’라고 부르며 부끄러워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도 정치권이 부추기고 국민의 복지병(病)이 깊어지면 그리스처럼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미 재정위기에 빠진 지자체가 한두 곳이 아니다. 인천시는 재정난으로 공무원 급여를 체불하기에 이르렀다.

가난 전쟁 등 어려움을 겪어본 세대일수록 흥청망청하지 않는다. 가정에서 ‘살아 있는 동안 쓰고 보자’는 식으로 헤프게 살다가 자식에게 빚더미만 안겨주려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장래의 일을 생각하지 않는 자녀들에게는 부모가 나서서 “그러면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한다. 나라살림도 마찬가지다. 어른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며 미래 세대가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제대로 이끌어야 할 책무가 부모 세대에게 있다.

현재 중장년층과 노년층은 한국 경제가 이룩한 고도성장의 주역이다. 숱한 위협에 맞서 나라를 지켜냈고 맨손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세대다. 나라의 미래에 대한 책임감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제 선진국으로 도약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도 중·노년 유권자가 ‘자손의 미래 삶’을 걱정하며 투표해 나라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경험 있는 세대의 신중한 분별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사설#총선#총선D-1#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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