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Y 교장 자택 금고 속의 5만원권 3만4000장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일 03시 00분


자택 금고에 5만 원권 17억 원을 쌓아두었던 서울 시내 C사립고 Y 교장의 행각은 교육자의 탈을 쓴 모리배(謀利輩)와 다름없다. 그는 교사 채용 시 뒷돈을 받고 물품과 자재 구매비용을 부풀렸다. 학교건물 신축 및 보수 공사에서 리베이트를 챙겼다. Y 교장이 10년에 걸쳐 만든 비자금이 최소 50억 원에서 많게는 1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이 학교와 검찰 쪽에서 나온다. 자택 금고 속 17억 원도 비자금의 일부였다.

Y 교장의 비자금 조성은 계획적이며 은밀하고 집요했다. 브로커를 내세워 재력 있는 집안과 접촉해 자제를 교사로 채용하면서 뒷돈을 받았다. 학교에서 쓰이는 비품과 가구를 구매할 때 비용을 부풀리는 수법을 썼다. 거래가 없었는데도 업체에 부탁해 가짜 세금계산서를 끊어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런 식으로 조성된 검은돈이 매주 1000만∼2000만 원에 이른다는 증언이 나온다. 검찰은 Y 교장이 재단 사무국장이 된 2009년 이후 횡령액 11억 원만 밝혀냈지만 실제 횡령 액수는 훨씬 클 것이다.

우리나라 사학재단은 대부분 재정이 부실해 학교에 재단전입금을 거의 넣지 않는다. 대다수 사학이 학부모가 내는 등록금 수입과 교사 월급으로 지급되는 학교예산으로 운영된다. 교장이 학교 돈을 빼돌려 축재하고 개인 생활비로 사용한 것은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빼앗은 횡령이다.

Y 교장의 비리가 가능했던 이유는 그가 학교재단 사무국장과 상임이사 등 3대 핵심요직을 겸직했기 때문이다. 그는 교직원들에게는 ‘국장님’으로 불리며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절대 권력자로 행세했다고 한다. 상호 감시와 견제를 위해서는 재단과 학교운영이 분리돼야 하는데 Y 교장은 북 치고 장구 치면서 혼자 인사와 자금을 모두 주물렀다.

노무현 정부 시절 사학법 개정 파동을 겪는 와중에 어떻게 이런 비리사학이 건재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모든 사학이 이렇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비리사학이 전체 사학을 옭아매는 구실이 돼서도 안 된다. 부패한 교육자와 사학재단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도려내면 된다.

Y 교장은 교육청 등 관계자를 만나러 갈 때는 ‘돈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있다. Y 교장이 비리사학을 유지하는 데 교육당국에 대한 로비와 묵인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교육청이 C사립고와 Y 교장의 비리를 알고도 묵인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펴야 할 것이다.
#사설#사학비리#비자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