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상균]한식의 세계화는 ‘웰빙음식’ 비빔밥에서부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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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균 비빔밥유랑단 팀장
강상균 비빔밥유랑단 팀장
2010년 9월 대기업과 외국계 은행을 다니던 친구들과 함께 세계에 비빔밥을 알리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비빔밥유랑단을 결성했습니다. 2011년 4월 5일부터 8개월간의 긴 여정 동안 4개 대륙, 15개국, 23개 도시에서 100번의 시식회를 통해 약 9000명에게 비빔밥을 소개했습니다.

만리장성과 에펠탑 등 주요 명소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비빔밥을 소개하고 영화배우와 정치인 등을 방문해 프레젠테이션과 시식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태국과 아르헨티나에서는 빈민촌을 방문했습니다. 비빔밥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었지만 나물과 채소가 예쁘게 놓여 있는 비빔밥을 시식해본 사람들은 정말 건강한 음식이라고 칭찬했습니다.

일본과 이탈리아 등은 1960년대부터 자국 음식의 세계화를 추진했습니다. 이탈리아 음식 하면 파스타와 피자, 일본 음식 하면 스시가 먼저 떠오르듯 긴 시간을 두고 자국의 음식을 세계에 알리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09년부터 한식 세계화를 위해 5대 전략품목을 정하고 한식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인력 양성, 콘텐츠 개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식 세계화를 추진한 지 이제 3년이 지나 일본과 이탈리아에 비하면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지만 최근 미슐랭 별을 획득한 한식당이 출현한 것을 보면 한식 세계화에 대한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비빔밥유랑단 실행을 통해 알게 된 프랑스의 한식당 한 곳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상호가 ‘비빔밥’인 이 식당은 비빔밥만 파는 전문점이었습니다. 비빔밥 재료에 따라 몇 가지 메뉴가 있지만 비빔밥이라는 카테고리를 넘지 않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와인을 좋아하는 프랑스 사람들에게 맞춰 와인과 비빔밥을 세트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메뉴가 25유로 이상의 비싼 가격으로 팔리고 있었는데 저녁시간에는 대기하고 있는 손님까지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 식당의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 중에 하나는 주방의 공정화였습니다. 사장님은 누구든 이곳에서 일주일 동안 배우며 일하면 똑같은 맛의 비빔밥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해외 한식당 주인들의 고민 중에 안정적인 주방장 고용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음식의 종류를 줄이고 누구든 그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은 핵심 역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입니다. 그리고 누가 봐도 이해하기 쉬운 글과 동영상으로 먹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준비해 두고 있었습니다.

작년 한 해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다큐멘터리 ‘김치연대기’를 본 미국인들은 한식을 좋은 음식이라고 합니다. 비빔밥유랑단의 시식회에 참여한 사람들도 비빔밥이 건강한 음식이라고 했습니다. 한식 세계화는 ‘웰빙음식’ 비빔밥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 새로운 출발을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맡았으면 좋겠습니다. 한식 세계화는 뜬구름 잡는 구호가 아닙니다. 규모와 성공 가능성이 큰 시장입니다. 브랜드와 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젊은 인재들이 중공업, 정보기술(IT), 금융업 등 속칭 잘나가는 분야뿐 아니라 세계 식품시장에 도전하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강상균 비빔밥유랑단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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