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노지현]국공립 어린이집-양육수당 ‘쏙’… 알맹이 빠진 보육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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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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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현 교육복지부
노지현 교육복지부
1월 갑작스럽게 발표된 ‘0∼2세 무상보육’ 정책을 둘러싸고 혼란이 계속되자 보건복지부가 22일 ‘보육서비스 개선대책’을 내놓았다.

맞벌이와 다자녀 가구, 저소득층이 어린이집을 우선 이용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는 게 골자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어린이집 운영을 정지시키거나 과징금을 물린다. 임채민 복지부 장관은 “맞벌이 부모가 오히려 어린이집 대기자 후순위로 밀리는 것을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대책에는 보육교사 처우개선책도 들어 있다. 내년부터는 만 3, 4세를 담당하는 보육교사에게도 정부가 월 30만 원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만 5세 담당 교사만 지원하고 있다. 그 대신 아동을 학대하거나 보조금을 횡령한 보육 교직원은 엄격하게 징계하기로 했다.

하지만 복지부가 ‘야심 차게’ 꺼낸 대책 꾸러미에서 새로운 것은 별로 없다. 이를테면 인증 절차를 통해 우수 민간어린이집에 지원을 하겠다는 대책은 이미 서울형 어린이집, 보건복지부 인증 어린이집을 통해 시행되고 있다. 오히려 핵심 대책이 모두 빠져 있다. 부모들이 바라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에 대한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현재 국공립 어린이집은 전체 어린이집의 5%에 불과하지만, 한 개 짓는 데 평균 30억 원 이상이 들기 때문에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가정에서 아이를 키울 때 주는 양육수당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복지부는 예전부터 “양육수당을 높여 전업주부는 집에서 애를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혀 왔다. 이번 대책에 당연히 이 부분이 들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의 반대 때문에 이번 대책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니 ‘대책이 맹탕’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부모와 어린이집 모두에서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복지부 웹사이트를 비롯해 인터넷에서는 “지난번엔 3, 4세 왕따 시키더니 이번에는 돈 버는 여자와 안 버는 여자로 가르면서 전업주부를 무시하는 거냐”는 항의가 폭주하고 있다.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역시 이날 “이대로라면 4월 또다시 집단휴원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집에서 키우는 것보다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이득이라는 ‘공짜심리’가 부모들을 파고들고 있다. 너도나도 어린이집에 몰리니 예산 부족은 불을 보듯 뻔하다. 포퓰리즘 정책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이 무상보육 논쟁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으니 옷을 제대로 입을 수가 있겠는가. 이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지현 교육복지부 isityou@donga.com
#보육대책#양육수당#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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