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 ‘先변화 後지원’ 원칙 지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0일 03시 00분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예고는 집권 3개월을 맞은 김정은이 세계를 상대로 도발을 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김정은은 중국까지 동참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금지’ 결의를 묵살했다. 김정은은 총사령관 지위로 군부대를 자주 방문하며 집권 초기를 보내고 있다. 6·25전쟁을 일으킨 김일성,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자행한 김정일의 도발을 계승하는 3대 세습 독재자가 되려는 모양이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예고에 ‘식량지원 거부 방침’으로 경고에 나섰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합의해 놓고 뒤통수를 쳤으니 당연한 대응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출범 이후 견지해온 대북(對北) 전략의 핵심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이 식량지원을 하더라도 1년 동안 매달 2만 t씩 나눠 보내기로 한 것은 ‘위장 합의’에 농락당하지 않으려는 안전장치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겨냥하는 1차 목표는 남한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대남(對南) 무력도발 위협은 더욱 극렬해졌다. 김정은이 햇볕정책의 순진함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북한을 달래서 평화를 얻자’고 주장하는 세력은 북한에 ‘주고 뺨 맞는’ 현실을 언제까지 호도할 것인가. 우리도 오바마 행정부처럼 북한이 바뀌는 것을 보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김정은의 핵과 미사일 장난을 끌어안을 생각이 아니라면 민주통합당부터 “도와주면 북한은 변한다”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천안함 연평도 도발에 대해 사과조차 하지 않았는데도 어물쩍 5·24 대북 제재조치를 허물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유연성’을 들고나왔다. 북한이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데 우리만 유연해지면 북한의 버릇을 더 나쁘게 길들여 놓게 된다. 김정은의 잘못된 행동은 초기에 바로잡아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중대 도발’로 규정한 우리 정부의 인식은 올해 총선과 대선 결과에 관계없이 대북정책의 기조가 돼야 한다. 중국도 북한 대사를 불러 우려를 표명하는 방식으로 미사일 발사에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중국의 환추시보와 차이나 데일리는 어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새로운 제재를 초래할 것이라는 사설과 기사를 실었다. 26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는 이 대통령이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요국 정상과 한목소리로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보낼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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