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한규]‘인방사’ 이전 지지부진… 정부가 ‘先추진 後조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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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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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한규 전 해군교육사 부사령관 협성대 겸임교수
임한규 전 해군교육사 부사령관 협성대 겸임교수
수도권 서쪽지역 핵심 해역 방어를 담당하고 있는 인천해역방어사령부(인방사)가 군항 기능을 잃어 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항 내 5개 부두 가운데 2개가 바닷모래의 퇴적으로 사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9월에는 항내에서 군함이 바다에 얹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둣가에서 함정이 좌초됐다는 황당한 사실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지 믿어지지 않는다.

이 같은 괴변의 원인은 2009년 인천대교가 건설되면서 조류 흐름의 변화로 모래가 퇴적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2년에 한 번씩 50억 원 내지 100억 원을 들여 실시하는 준설작업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어 2개 부두는 사실상 용도 폐기된 상태다.

인방사는 본래 2015년까지 인천대교 바깥쪽인 송도 신항만으로 이전하기로 인천시와 정부가 합의했다. 이 같은 이전에 합의한 배경은 인천대교가 만약의 사태로 붕괴될 경우 인방사 군함들이 고립되기 때문이다. 진해 군항의 항로를 통과하는 거가대교가 항로 구역을 침매터널로 시공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인천시와 정부가 이전비용 4000억 원을 마련하지 못해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1999년 6월 15일 1차 연평해전을 포함하여 북한의 다섯 차례 정규 도발이 인방사 주변 해역에서 발생했다. 이 해역은 앞으로도 기습상륙을 포함한 국지 도발의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며칠 전 김정은은 한미 연합 키리졸브 군사연습을 앞두고 연평도 포격 도발을 일으킨 부대를 방문해 보복 타격을 고취하기도 했다. 또 2월 초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을 전후해 착공한 고암포 공기부양정 기지가 완공되어 특정 지역에 기습 침투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 같은 전략적 요충지를 방어하는 부대의 핵심시설이 제 기능을 못한다고 하니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가지고 미리 대책을 강구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이원화된 사업 주체가 문제돼 결과적으로 시간만 낭비한 꼴이 됐다. 이제는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며 갑론을박할 시간이 없다.

이 사업은 특수성을 고려해 정부가 직접 나서 ‘선(先)추진, 후(後)조치’ 방식을 강구해야 한다. 예산상의 문제는 기존 시설에 대한 독립채산제 개념이나 민간투자사업(BTL)으로 해결하는 방안도 있다. 아니면 다른 방위력 개선사업의 우선순위를 조정해 추진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지휘관이 자신의 부대에서 발생한 사고를 공개하면서까지 사업 추진 의지를 보인 것은 그만큼 시급하고 중요한 현안이기 때문이다.

선거 정국을 맞아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도 수십조 원이 드는 복지정책은 앞다투어 내놓으면서 정작 국가의 안위가 걸린 현안사업은 4000억 원을 확보하지 못해 방치해서야 되겠는가. 올해 총선과 대통령선거가 축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안보태세가 필요하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임진왜란 발발 420년을 맞아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 보자.

임한규 전 해군교육사 부사령관 협성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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