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덕배]은행권의 ‘탐욕’ 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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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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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올해 들어서자마자 은행권의 대출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시중은행의 1월 신규 신용대출 금리가 지난해 말의 6% 수준에서 7%대로 껑충 뛰고,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5%대에 돌입했다. 이처럼 은행권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른 것은 가계연체율 상승, 은행권 대출 축소 등 최근 영업환경 악화에 대응해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금리에 덧붙이는 가산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약 2년 전에도 가산금리가 급등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각종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의 기능을 탓하면서 이를 시정하고자 도입한 코픽스(COFIX), 즉 각 은행의 조달금리 자료를 종합한 새로운 지수의 실효성마저 의문케 만들고 있다.

가산금리 올려 대출금리 7%대로


더군다나 같은 기간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 등 조달금리는 오히려 소폭 내려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인 예대마진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자신들의 경영 부담을 금융소비자에게 전가시킨다거나 ‘탐욕’이 지나치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은행권의 당기순이익은 높아진 예대마진에 따른 이자수익 증가로 사상 최대인 14조5000억 원을 넘어서는 기록을 달성했다. 물론 은행도 자율적으로 수익을 추구하고 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기업인 만큼 자신의 경영 상황에 맞게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가산금리 조정을 통해 수익성과 건전성을 유지하려 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지속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매우 위험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먼저 은행권 대출금리 상승은 도미노처럼 비은행금융기관으로 이어져 금융권 전체 대출금리를 상승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정부가 힘들게 유지하고 있는 금리 인하 기조의 정책 효과를 반감시켜 경기 회복에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출금리 상승은 서민 가계의 이자 부담을 높여 잠재된 국내 가계부채 문제의 뇌관을 자극할 수 있다. 최근 경제성장률 둔화, 수도권 주택시장 불안 등 경제여건 악화로 국내 가계부채 문제는 당국의 경제정책 결정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동시에 향후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자신의 경영환경 악화를 예대마진 확대로만 대처할 경우 다가올 글로벌 금융회사들과의 무한경쟁 시대에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앞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계기로 저리의 글로벌 과잉 유동성이 대거 진입해 올 경우 국내 금융회사들의 대출시장 장악력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산금리 인상을 통한 예대마진 확대는 개별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당장 최선의 선택일 수 있지만 금융권 전체로는 결국 경쟁력 약화를 유발하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예대금리 비슷하게 움직이게 해야


따라서 금융 관련 정책당국은 보다 큰 시각에서의 정책이 필요하다. 먼저 일시에 가산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코픽스 체제하에서 가산금리가 변경되더라도 금융소비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모두 비슷하게 움직이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가계부채 문제를 걱정하면서 취하고 있는 은행권 가계대출 억제 정책보다는 가급적 건전 금융소비자들을 은행이 흡수하게끔 유도하는 정책으로 금융의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금융회사도 가산금리에 바탕을 둔 수익 확보와 건전성 유지보다는 신용등급시스템(CRS) 개인신용평점시스템(CSS) 등을 국내 실정에 맞게 적극 활용하고 고비용 구조의 효율적 개선, 자금 조달비용의 안정화 등을 통해 가산금리 부과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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