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준희]홍명보號, 새 전설을 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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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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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
“내 축구 인생에서 가장 기쁜 헹가래였다.”

홍명보 감독의 이 한마디야말로 7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감격을 가장 잘 설명한다. 대한민국 축구사의 굵은 이름인 이 축구인에게 어찌 기쁜 헹가래들이 없었을까마는, 역경을 딛고 제자들과 더불어 일궈낸 올림픽 본선행은 실로 값진 경험이다.

이번 올림픽팀은 출발부터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었다. 홍 감독 자신의 선수 시절과는 판이하게 근자에는 외국 클럽에 진출해 있는 우리 선수가 적지 않다. 이는 선수 차출에 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클럽들이 올림픽 예선 경기에 선수를 내줘야 할 의무가 없는 까닭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광래 전 감독이 성인 국가대표팀을 젊은 선수들 위주로 꾸리고자 했기에 이 대목에서도 홍 감독은 양보를 거듭해야만 했다. 성인 대표팀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틀림없으나 원활한 소통과 협력, 조정의 부재 속에 홍 감독의 고난은 가중됐다. 근본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오만과 함께하는 우리 조 자체가 험난해 보였다.

하지만 홍명보호는 결국 해냈다. 한 경기를 남겨둔 상태에서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로 런던행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우리 축구는 1988년부터 한 차례도 빠짐없이 일곱 번 연속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이 기록을 보유한 나라는 두 번에 걸쳐 7회 연속 진출에 성공했던 이탈리아밖에 없다. 대륙별 예선의 난이도 차를 고려하더라도 이는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기록의 문제를 떠나, 특히 본선 진출의 명운이 걸려 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 원정에서 집중력을 발휘한 홍명보호는 틀림없이 칭찬을 받을 자격이 있다.

이제 홍명보호의 눈길이 향하는 곳은 런던이다. 축구 종가의 땅인 그곳에서 우리가 지금까지의 최고 성적 8강을 넘어 메달에 이르기를 바라는 것이 국민 모두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이를 위해 홍명보호는 부담 없이 남은 카타르전부터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다시 뛰어야 한다. 본선행이라는 일차적 목표에 이르기는 했으나 궁극의 목표 달성을 위해 우리 팀엔 여전히 향상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 합리적 사고와 연구를 요하는 대목이 남아 있다.

축구는 진정한 글로벌 스포츠이고 지구촌 곳곳에 강자와 다크호스가 득시글거린다. 따라서 축구라는 스포츠에서 어떤 연령대의 대회든지 간에 ‘세계 3위’에 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미 런던행을 확정한 브라질과 스페인은 틀림없이 금메달 후보 1순위를 다툴 양대 산맥이다. 이들 만큼의 이름값은 아니더라도 올림픽 연령대의 실력과 실속으로 말하면 스위스와 우루과이 또한 메달을 노릴 만한 강호다. 영국은 홈 어드밴티지를 누릴 수 있는 데다 유로 2012의 영향이 없는 웨일스의 우수 선수들을 포함시킬 수 있고 데이비드 베컴, 라이언 긱스 같은 상징적 와일드카드(연령 제한에 구애받지 않는 선수)가 추가될 수 있다. 실상 와일드카드로 말하자면 브라질 스페인 우루과이 또한 거물급 베테랑의 가세가 가능한 팀이다. 아프리카 대표들, 북중미 대표들은 언제든 다크호스가 될 수 있는 잠재성을 지녔다. 한마디로 런던에서 손쉬운 상대는 별로 없다.

이 모든 난관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홍 감독의 또 다른 한마디는 우리의 희망을 부풀게끔 한다. 그는 자신의 제자들이 올림픽이라는 목표를 넘어 대한민국 축구의 한 시대를 책임질 ‘황금세대’가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어쩌면 바로 그것이 우리 모두가 홍명보호에 진정으로 바라는 것일 수 있다. 이제껏 고생한 모든 올림픽팀 구성원에게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박수를 보내며, 런던이 우리 축구의 황금세대를 위한 약속의 땅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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