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송상근]의사출신 신상진, 약사출신 원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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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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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근 교육복지부 차장
송상근 교육복지부 차장
약사법 개정안이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가결돼야 가정상비약을 약국이 아닌 곳에서도 살 수 있다. 감기약과 해열제의 슈퍼 판매가 허용되기까지 20여 년이 걸린 셈이다. 이 개정안에 여러 차례 제동이 걸릴 때마다 신상진 원희목, 두 의원의 옛날 모습이 떠올랐다.

신 의원과 원 의원은 지금 한솥밥을 먹는다. 둘 다 새누리당 소속이다. 서울 용산고와 서울대를 졸업했다는 점도 같다. 나이는 원 의원이 두 살 많다. 신 의원은 의대, 원 의원은 약대 출신. 이런 배경이 두 사람을 대립적 관계로 만든 시절이 있었다.

의약분업 시행을 앞둔 2000년 5월. 한 사람은 대한의사협회 의권쟁취투쟁위원장, 다른 사람은 대한약사회 총무위원장이었다. 기자는 당시 의약분업 시행 및 의약정(醫藥政) 대화 과정을 취재하면서 두 사람을 만났다. 자주, 오래 지켜봤다. 성격과 활동방식이 달랐다.

신상진 의쟁투위원장은 사상 초유의 의료계 파업을 이끌었다. 의사들이 환자를 버린다는 비판이 거셌지만 밀어붙였다. 그는 대학 시절 학생운동에 투신했다. 졸업한 뒤에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조직국장, 성남 외국인노동자의집 부이사장, 성남 아동학대예방센터 자문위원을 지내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민운동에 적극적이었다. 의약분업을 지지하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그에게 배신감을 느꼈던 이유다.

원희목 총무위원장은 조용한 스타일이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든, 사적인 자리에서든 목소리를 높인 적이 거의 없었다. 약사가 전문직으로 인정받기 위해 의약분업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회원들을 설득하고, 기자들에게 설명하던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여의도에 입성한 과정도 대조적이다. 신 의원은 2005년 5월 경기 성남 중원의 보궐선거에서 이겼고 재선에 성공했다. 원 의원은 2008년 5월 비례대표로 뽑혔고 당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다. 야전형 신상진, 참모형 원희목의 특징을 여기서도 볼 수 있다.

성격과 활동방식과 인생역정이 다르지만 두 의원에게 공통점이 하나 생겼다. 약사법 개정안에 대한 태도 말이다.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위한 시민연대’는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여기에 책임이 있는 의원 3명을 대상으로 공천배제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신 의원이 포함됐다.

그는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리베이트 쌍벌제에 찬성하면서 의료계 선후배로부터 거북하고 불편한 말을 많이 들었다. 자신이 몸담았던, 아니 자신이 이끌었던 집단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소신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신 의원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약사법 개정안에 대한 소극적 자세는 이해하기 힘들다. 국민을 위해 의약분업이 필요하다면 부작용이 없는 일반약의 슈퍼 판매도 허용해야 한다고 정부를 다그치던 의쟁투위원장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원 의원도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가 의약품 부작용 통계나 타이레놀의 오남용 사례 등에 대한 분석 없이 소비자 불편 해소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약사법 개정안의 발목을 잡았다. 유권자보다는 친정에 더 신경 쓴다는 인상을 준다.

금배지를 노리는 정치 지망생이 줄을 잇는다. 출사표를 냈다며 관심과 지지를 호소하는 메일과 문자메시지가 끊이지 않는다. 국민을 위한 헌법기관 역할에 충실할 것인가, 이익집단의 대변인이 될 것인가. 신상진 원희목, 두 의원의 사례가 던지는 질문이다.

송상근 교육복지부 차장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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