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자체와 정부의 복지 財源 싸움, 부담은 국민 몫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일 03시 00분


광역자치단체장 16명이 정부의 복지재정 확대에 따라 지방재정의 악화가 우려된다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고 지원을 요청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의 지하철 무료승차 손실비용을 중앙정부가 지원해주고, 영·유아 보육과 저소득층 급여지원의 국비 분담률을 상향 조정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자체들은 “정부의 갑작스러운 복지사업 확대 발표는 날벼락”이라고 입을 모은다. 새로운 복지사업에 중앙정부와 함께 일정 비율의 사업비를 내야 하는 지자체에 돈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3월부터 0∼2세 영·유아의 보육료 지급을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계층으로 확대하려면 늘어나는 예산 가운데 평균 50.6%인 3769억 원은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 내년부터 양육수당 지급 대상을 확대하려면 6500여억 원이 필요하고 지자체가 이 중 51%를 떠안게 돼 있다. 복지 사업비를 대느라 더 긴급한 지자체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지난 6년간 중앙정부의 사회복지예산은 연평균 9.1% 늘었으나 전국 시군구 229곳의 관련 예산은 15.6% 증가했다. 지자체 전체 예산 중 복지사업비 비중은 시군은 20% 안팎이지만 자치구는 43%에 이른다. 정치권과 정부가 재정 형편을 감안하지 않고 복지 확대를 외치는 것은 무책임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으로, 그 부담은 결국 국민 몫이다.

지금과 같은 복지사업비 조달시스템은 오래 유지될 수 없다. 감사원은 2008년 ‘노인 아동 정신요양 관련 복지사업은 정부로 환원하라’고 주문했지만 지금껏 달라진 것이 없다.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지난해 10월 “복지정책 확대로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2005년 지자체로 이양된 복지사업 52개를 중앙정부가 다시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남은 1년 임기 동안 새 복지사업 아이디어는 그만 내고 헝클어진 복지재정 체계를 바로잡는 데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할 사업과 지자체가 분담할 사업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올해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권은 빈곤층이 꼭 필요한 복지 혜택을 받고 있는지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 지역에 따른 복지편차가 더 커지기 전에 대응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과잉복지로 지역별로 복지사업이 중단되거나 지자체 재정이 사실상 부도가 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정치권은 복지공약을 자제하고 ‘합리적인 재원 마련이 가능한 복지’를 위한 논의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지자체#사회복지예산#복지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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