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홍석민]SNS와 커피 하우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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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민 산업부 차장
홍석민 산업부 차장
새해 벽두부터 세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시끄럽다. 세계적으로 8억 명이 쓰는 페이스북은 이번 주 기업공개(IPO) 신청을 앞두고 있다. 기업가치는 최대 1000억 달러(약 112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지난해 ‘아랍의 봄’을 촉발시켰던 트위터는 검열 문제로, 구글플러스는 다른 구글 서비스와의 개인정보 통합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뉴스가 나와 전혀 관계없는 얘기로 안 들리는 건 한국 사회에서 SNS가 이미 수많은 사람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러보면 주위에 SNS와 담을 쌓고 사는 사람도 많다.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톡…. 이름은 들어 보고 대충 무슨 기능을 하는지 알고 있지만 실제로 해본 적은 없다. 기자의 1년 전 모습도 그랬다.

SNS 시대의 도래는 일부 소수가 이야기를 하고 절대 다수는 듣기만 하던 매스미디어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SNS 시대에서 소통은 전달이 아니라 대화로 격상된다. 서로 격의 없이 나누는 대화는 지식과 생각을 주고받으며 변화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된다.

17세기 유럽에 커피가 전해지면서 등장한 커피 하우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영국 런던만 해도 1650년부터 약 10년간 3000여 개의 커피 하우스가 들어섰다. 여기에서 문인, 학자, 예술가를 비롯한 각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토론을 벌였다. 당시 유럽의 커피 하우스는 말하자면 지금의 SNS 공간이다. 역사적으로 공중(公衆)이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누는 공간은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발전과 혁신을 이끌어내는 공론장 역할을 해 왔다.

1년째 SNS 생활을 하고 있지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필자의 활동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페이스북 친구는 200명 가까이 되지만 오프라인에서 인연이 없는 페북 친구는 거의 없다. 그나마 남의 담벼락에 글을 쓰는 것도 주저한다. 트위터는 지금까지 ‘눈팅’만 할 뿐 단 한 번의 트윗도 날린 적이 없다. 카카오톡도 수다를 떠는 경지까지는 못 갔다.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을 열고 제일 먼저 페이스북에 접속한다. 빨간 동그라미에 숫자(노티·notification)가 뜨면 가슴이 뛴다. 잠들기 전 올린 글에 대해 밤새 누군가가 댓글을 써줬구나. 출근길 지하철에선 트위터에 올라온 글과 뉴스를 읽고 기업용 SNS인 ‘야머’로 동료들의 발제와 그날 예정사항을 체크한다. 온종일 틈나는 대로 들락거리며 새로운 소식을 탐색한다. SNS가 이미 일상이 됐다.

SNS를 외면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두려움일 수도 있고, 그저 자신과 안 맞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문제는 공론장인 SNS가 편을 가르는 기준이 될 때다. 젊은 애들이나 하는 것이라거나 정파적, 이념적으로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만 몰두하는 것이라는 식이다. 이유야 달라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스스로 건너가지 않는 한 ‘그들’과는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17세기 중반 영국 찰스 2세는 커피 하우스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불만 세력들이 만나 왕의 권위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논의를 하는 장소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커피 하우스는 후세에 근대 시민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홍석민 산업부 차장 smhong@donga.com
#소셜네트워크서비스#IPO#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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