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종휘]해경 조직, 참모-작전기능 분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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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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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휘 한국해양대 교수 한국해양환경안전학회장
윤종휘 한국해양대 교수 한국해양환경안전학회장
불법 조업하던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우리 해경 대원이 잇따라 피습되는 불상사가 발생한 가운데 이와 관련해 해경의 빈약한 조직체계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해경은 바다에서 여러 가지 상황이나 작전을 신속하게 수행해야 한다.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 단속을 제외하고라도 재난적인 대형 인명사고나 오염사고에 대응하는 것은 대규모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 그러한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해경은 행정 조직보다는 군 조직에 가까워야 한다.

군 조직은 참모 기능과 작전 기능이 분리돼 있다. 참모 기능은 시급하진 않지만 장기적으로 중요한 정책이나 제도 개선 등 행정업무를 관장한다. 작전 기능은 당장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작전이나 상황 처리를 관장한다.

미국과 일본의 해경은 모두 참모 기능과 작전 기능이 분리된 군사적인 조직 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의 경우 청장 밑에 참모장 1명과 작전사령관 2명(태평양지역 작전사령관, 대서양지역 작전사령관)을 두고 있다. 시급한 상황 처리나 작전 수행은 작전사령관이 총괄하고, 일반적인 정책이나 행정업무는 참모장이 총괄하는 체계로 돼 있다. 일본의 경우 청장 밑에 차장 1명과 경비구난감 1명이 있다. 차장은 참모장 역할을 하여 평상시 행정업무나 장기적인 정책업무를 처리한다. 경비구난감은 작전사령관처럼 긴급성이 요구되는 상황이나 작전 처리를 주관한다. 따라서 미국이나 일본의 해경은 중요한 업무와 시급한 업무에 대한 역할 분담이 이루어진 효율적인 조직으로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해경은 청장 밑에 차장 1명뿐으로 혼자서 참모장과 작전사령관의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차장에게 업무가 폭주하는 병목 현상이 발생하여 당장 급하지 않은 일은 뒤로 밀려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비효율적인 조직 구조는 해경에 불상사가 잇따르는 또 하나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어선에 대한 대응을 강화해 장기적으로 불법 조업을 막기 위해서는 임시방편적인 방법보다는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차분하게 분석하고 연구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지금의 조직체계로는 이러한 일들은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 해경이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나 독도 및 이어도 문제, 해양 재난 등에 더욱 전략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참모 기능과 작전 기능을 분리해 선진화된 조직체계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이나 일본의 해경처럼 차장 외에 작전사령관 역할을 할 수 있는 직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처럼 ‘경비구난감’이나 가칭 ‘경비구난본부장’과 같은 직책의 신설을 제안한다.

윤종휘 한국해양대 교수 한국해양환경안전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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