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리베이트가 시장경제라는 의사협회의 궤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2일 03시 00분


의약품 거래를 둘러싼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한 자정(自淨) 집회가 어제 열렸다. 대한병원협회 등 7개 의약단체와 6개 공급자단체는 부당한 금품 거래를 없애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집회에는 개원 의사들의 모임인 대한의사협회만 불참했다. 그런데 불참 사유가 상식을 벗어났다. “개업의가 리베이트를 받았다면 그것은 시장경제 아래서 어느 부문에나 있는 거래의 형태이므로 문제 될 게 없다.” 리베이트는 정상적 시장 거래인 만큼 계속 받겠다는 선언 같다.

리베이트란 원래 도매상들이 판매를 독려하기 위해 지불대금의 일부를 소매상에게 주는 미국의 마케팅 관행이다. 관행이라지만 불법적 성격 때문에 2005년 유명 도매상점인 베스트바이가 리베이트를 없애겠다고 선언하면서 사라지는 추세다. 우리 의료계의 리베이트는 약 처방 및 구매 대가로 제약업계가 병의원에 지불하는 물품 뒷돈 향응 등을 말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약시장 거래액의 20%가량이 리베이트로 오간다고 보고 연간 리베이트 규모를 2조 원으로 추정했다.

리베이트는 당사자끼리 은밀하게 오가고 세금 포탈의 진원지라는 점에서 지하경제의 전형이지 정상적 거래가 아니다. 리베이트가 시장경제에서 당연한 것이라는 의사들의 윤리의식이 개탄스럽다. 의협은 리베이트로 인한 부담이 환자에게 전가되는 경제원리를 모른다는 말인가. 의사들이 리베이트로 챙긴 뒷돈을 소득으로 신고하고 세금을 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의협이 궤변으로 리베이트를 변호하는 모습은 의약계의 리베이트 관행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의협의 행태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철회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쌍벌제는 리베이트 제공자뿐 아니라 의료진도 함께 처벌하는 제도로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의협은 쌍벌제를 비난하기 전에 왜 정부가 이를 마련할 수밖에 없었는지 자기반성부터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의협은 직역(職域)이기주의에 사로잡혀 밥그릇 지키기에만 열심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감기약 슈퍼마켓 판매를 반대하는 약사회도 마찬가지다. 의협은 리베이트에 관한 의견을 내더라도 시장경제 원리까지 왜곡하지는 말기 바란다. 의사 집단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생각해야 할 ‘힘 있는 직역’임도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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