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병서]문화다양성 협약과 한류 현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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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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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서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문화경제학회장
최병서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문화경제학회장
2011년 12월의 프랑스 파리 풍경은 궂은 날씨만큼이나 을씨년스럽고 샹젤리제의 크리스마스 장식도 예전만큼 화려하지 않았다. 지난주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개최된 ‘문화 다양성을 위한 정부 간 협약’ 연례총회에 다녀왔다. 이 협약은 유네스코가 2001년 채택한 ‘문화 다양성 선언’을 기초로 문화적 재화의 독특한 성격을 인정하며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가입했고 국회 비준도 마쳐 협약 당사국이기는 하지만 위원국은 아니다. 국제문화다양성기금도 아직 내지 않았다.

올해 토의된 안건 중 중요한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문화 다양성 촉진을 위해 개도국들의 문화산업과 예술가집단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활성화와 이에 대한 재정 지원 방안이고, 다른 하나는 훨씬 예민한 문제인 다른 국제협약과의 관계를 규정한 20조와 21조에 대한 토의였다. 즉, 문화 다양성 협약이 다른 국제통상 및 다자간 무역협정과 상충되는 경우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 또는 협의할 수 있는 지침이나 실행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20조는 문구 자체가 애매하게 돼 있어 1항에서는 다른 협약과 충돌할 때 상충하지 않도록 해석한다고 규정하고, 2항에서는 다른 협약상의 권리 의무를 해치지 않는다고 해 여러 나라의 입장을 두루뭉술하게 반영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 대안이나 지침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일본 문화청에서 나온 대표가 현재 의장국인 중국의 문화정책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점이 눈에 띄었다. 중국은 프랑스와 함께 문화 다양성 협약 추진에 가장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개도국들의 문화사업 지원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느낌을 받았다. 회의가 끝나고 일본 대표의 의중을 확인해 보았다. 일본은 중국이 문화 다양성 협약을 내세워 자국의 스크린쿼터제를 정당화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이 협약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K팝이나 K컬처와 같은 한류의 확산과도 연관이 있다. 우리나라 문화상품의 수출이나 보급이 다른 나라의 문화 보호정책과 부딪치는 경우 한류의 전파는 자칫 타국에서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K팝의 보급을 추진하고 있는 회사 대표가 앞으로 현지 회사와 합작해 한류 현지화를 이뤄 그 부가가치를 공유하겠다는 발상은 옳은 방향이다.

그리고 세계 문화 수도인 파리에 우리의 문화 거점을 마련한다면 한류를 세계화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5월 프랑스 정부는 파리 시테에 한국관 건립 용지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파리 남쪽 시테 위니베르시테르는 미국 록펠러재단이 기금을 출연해 조성한 국제기숙사촌이다. 선진국 중 웬만한 나라들은 모두 자국관을 가지고 있다. 일본은 이미 1920년대 말에 일본 고유양식으로 지었다. 우연히 동아일보 자료(1969년 5월 3일자)를 통해 놀랍게도 당시 일본관 착공식에 이은공 부처가 참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재미있는 것은 1969년 당시 우리나라 정부는 한국관 건립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데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검토 중이라는 점이다. 한국관 건립에 재계에서도 선뜻 나서는 기업이 없는 실정이 안타깝다. 사실 건립 비용은 우리나라 최고 기업의 1년 순이익의 1%에도 훨씬 못 미친다. 우리나라 기업의 문화에 대한 투자나 기부는 아직은 미미하다. 시테에 한국관을 건립하는 것은 세계 문화의 중심에 뿌리를 내리는 일이다.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이와 같은 문화의 뿌리를 내리는 일에 기여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병서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문화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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