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정렬]물가 관리, 시장원리로 풀어야 부작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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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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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김정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정한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비웃듯 가파른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1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해 10월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전년 동월 대비 3.5%로 전월 3.2%를 넘어섰다. 작황 등 계절적 요인에 따라 변동성이 큰 농산물이나 대외 요인이 좌우하는 석유류를 제외하고 따지는 근원물가 상승은 수요 견인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물가 상승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 요인뿐만 아니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확대됐던 유동성이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세계 경기 회복세 둔화 및 유럽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경기의 하방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물론 가계부채 규모 및 금리 인상에 따른 서민가계 부담 증가 측면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통한 물가 안정 목표를 포기한 느낌이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을 용인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정부에서는 미시적인 물가 관리에 진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례로 물가 관리 기관도 아닌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국세청 등에서도 독과점 상태인 유류시장, 정보통신시장, 주류시장 등에 개입해 가격 인하 유도 및 인상 억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조치는 과점 상태인 시장에서의 경쟁을 활성화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려는, 불합리한 유통구조 개선과 제도 개선의 근본적인 처방이라기보다는 관련 부처의 말을 듣지 않으면 좋을 게 없다는 강압적인 가격 누르기로 이는 반시장적인 정책으로 보인다. 정부가 가격 인상을 담합한 여지가 있다며 기업과 영업점의 원가를 들여다보고 심지어 가격 자체를 강제로 누르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정부가 서민가계를 위한다는 명분하에 생산 및 제조원가 상승으로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하는 품목에도 행정력을 동원해 인위적인 가격 통제를 한다면 단기적으로는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 및 자원 배분의 왜곡을 초래한다. 그 예로 최근의 전기 요금, 우유 가격, 하수도 요금 인상 등을 들 수 있다. 수년간 물가 안정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억제하다 보니 오히려 가격 안정이 절실히 필요한 지금은 폭발하듯 줄줄이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들 제품의 가격 상승은 관련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연쇄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시장원리를 무시한 가격 통제가 한계에 부딪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부작용과 자원 배분의 왜곡 등을 고려할 때 특정 제품에 대한 가격 관리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결국 물가는 시장원리로 풀어갈 수밖에 없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면 출하량 감소 등의 문제가 발생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으며 규제를 피하는 편법을 만들어내는 등 경제 효율성을 하락시킨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독과점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남용한 가격 조작에 대한 감시와 통제, 비축물량 공급 등 시장 실패 및 외부 충격 부분에 한정되어야 한다. 물가 관리를 위한 거시정책도 시장원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정책금리도 인상되어야 할 시점이다. 금리 인상 정책의 걸림돌이 되는 가계부채 문제는 낮은 금리에서 비롯됐다. 낮은 금리는 미래의 소비보다는 현재의 소비를 선호하도록 만들어 가계부채를 증가시킨다. 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 부담을 높여야 가계 스스로가 부채 감축 노력을 하게 되며 더 어려운 외부 충격에도 적응력을 갖게 된다.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금리 인상은 안정적인 물가 관리와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위해 불가피한 정책 결정이라고 하겠다.

김정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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