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거 정권 닮아가는 MB 친인척 비리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4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결국 이 정권도 실패한 과거 정권들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역대 대통령은 대부분 임기 말에 아들이나 형, 동생 등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리가 터져 나와 심각한 레임덕에 시달리다 고개를 숙이고 청와대를 떠났다. 대통령의 측근 및 친인척 비리는 한국정치의 고질병이다. 이 대통령도 예외가 아닐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구속된 박배수 보좌관의 비리와 관련이 있느냐가 의혹의 초점이다. 이국철 SLS그룹 회장과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에게서 7억5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박 보좌관이 돈을 세탁하는 과정에 이 의원 비서와 비서실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관련된 정황이 드러났다. 보좌관이 혼자 받았다고 보기에는 뇌물이 너무 거액이고 비서와 직원이 다수 관련돼 이 의원만 몰랐겠느냐는 의구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이자 대통령의 사촌처남인 KT&G복지재단 김재홍 이사장의 뇌물 수수 및 인사청탁 비리 의혹도 악성이다. 김 이사장은 유 회장에게서 제일저축은행 퇴출 저지 청탁과 함께 4억2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돼 있다. 김 이사장은 금융감독원 국장급 인사의 승진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은 의혹도 있다. 김 이사장은 전매청 출신으로 1997년 12월부터 3년 동안 KT&G의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 사장을 지냈다. 김 이사장이 어떤 경로를 통해 제일저축은행 퇴출 저지 로비를 벌였는지 밝혀져야 한다.

이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에 경고등이 켜진 것은 30억 원대의 공천 청탁 사기 혐의 등으로 김 여사의 사촌언니가 구속된 2008년 8월이다. 당시에도 청와대와 사정기관들이 대통령 친인척의 비리 소지를 철저히 차단하는 노력을 상시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문이 거셌다. 그러나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 관리를 전담하는 대통령민정수석실은 눈을 뜨고 있었는지 감고 있었는지 알 수 없다. 김두우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과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구속은 민정수석실이 측근 비리 예방에 실패한 단적인 사례다.

현재 제기된 의혹들을 보면 이 의원에 대한 검찰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비리 의혹이 있다면 대통령 친인척이라도 조사를 피해갈 수 없다. 만에 하나 이 의원을 봐주기 위해 축소은폐 수사를 한다면 검찰조직에 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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