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두운 내년 경제, 정치가 더 망치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3일 03시 00분


내년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변수는 한마디로 불안하다. 유럽 재정위기가 올해에 이어 2012년에도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도 나온다. 가계 부채 같은 국내 악재도 걱정거리다. 세계 주요 경제권이 경기 둔화와 불확실성 증대로 어려움을 겪으면 대외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도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0.1%포인트 낮은 3.7%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9월 말에 2012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전망한 내년 성장률 4.5%보다는 0.8%포인트 낮아졌다. 수출 증가율은 올해 19.2%에서 내년 7.4%로 떨어지고, 경상수지 흑자액은 250억 달러에서 160억 달러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취업자 증가폭도 올해 40만 명에서 내년에는 28만 명에 그쳐 저(低)성장, 저고용의 물살을 힘겹게 헤쳐 나가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내년에는 하반기보다 상반기에 경제가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하강 충격을 줄이려면 재정의 조기 집행을 비롯해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않는 정책 집행이 필수다. 서비스업 규제 혁파로 내수 분야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힘든 수출 여건이지만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다른 나라들보다 성공적으로 극복한 우리 경제의 저력을 다시 한번 발휘할 때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어두운 현실에서 내년에는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정치 변수까지 가세한다. 선진국에서도 선거 때문에 경제가 왜곡되는 사례가 많지만 신흥경제국들은 그 영향을 훨씬 크게 받는다. 1997년 태국의 정쟁(政爭)은 그해 아시아 외환위기의 신호탄이 된 태국 밧화 폭락을 불러온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였다. 같은 해 한국도 경제정책 및 기업체질의 해묵은 약점, 대선을 앞두고 대권 싸움에 집착한 여야 정치권의 무책임한 포퓰리즘 경쟁, 노동계 및 좌파 사회세력의 잇따른 시위가 상황을 악화시켜 외환위기를 불렀다.

내년에 본격적인 선거 정국(政局)에 들어가면 나라 곳간은 어떻게 되든 표만 의식한 ‘퍼주기 공약’이 남발될 우려도 크다. 민주노동당의 중심세력인 민주노총이나, 야권통합 참여 선언을 통해 현실정치에 발을 걸친 한국노총의 움직임에 따라 노동계발(發) 사회불안이 커질 수 있다. 총선 대선에서 정치권이 정권을 잡기 위한 경쟁을 하더라도 가뜩이나 어려운 내년 경제를 더 망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세계 경제 침체는 우리만 겪는 일이 아니어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그럴수록 경제의 불씨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는 데 민관정(民官政)이 온 힘을 모아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