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근혜 전 대표 死則生의 결단 내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0일 03시 00분


선출직 최고위원 3명의 동반 사퇴에도 불구하고 버티기로 일관하던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어제 결국 제 발로 물러났다. 쇄신안이라고 내놓았지만 그것을 추진할 동력도 없고 잔명을 보존하기 위한 꼼수로 비치면서 그의 사퇴는 불가피했다. 이제 당내 최대 주주인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등장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을 생각하기 어렵게 됐다.

사실 오래전부터 당 내외에서 박 전 대표의 등판 요구가 제기됐다. 실질적으로 당을 쇄신하려면 그럴 힘을 가진 사람이 나서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대선에 다걸기 해야 할 박 전 대표로서는 전망이 어두운 총선을 앞두고 전면에 나서기가 부담스럽겠지만 이젠 피할 수 없는 쓴잔이다.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대패하면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고, 설사 대선에서 이기더라도 제대로 국정을 수행하기 어렵다. 후속 지도체제가 어떻게 꾸려지든 박 전 대표가 책임을 맡아야만 당 쇄신과 총선 지휘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선다고 모든 것이 저절로 술술 풀리지는 않는다. 홍 대표가 사퇴 회견에서 “당내 계파투쟁 권력투쟁은 없어야 한다”고 언급한 대로 한나라당의 복잡한 당내 파벌은 고질병이다. 친이(친이명박)계 친박(친박근혜)계 외에 이상득 이재오 의원이나 당내 차기 대권주자인 정몽준 의원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또 출신 지역과 선수(選數)에 따라 파가 나뉜다. 이 때문에 같은 사안이라도 각자가 위치한 자리나 처지에 따라 생각이 다르다. 차후 당 운영방식을 놓고도 계파별로 벌써부터 딴소리가 나오는 판이다.

계파 의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누가 나서도 개혁을 성공시키기 어렵다. 새 지도체제 구성에서부터 모두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쇄신 방안을 마련하고, 획기적인 공천 시스템을 만들어 참신한 인재를 끌어올 수 있다. 당이 국민한테 버림받고 있는 판국에 기득권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구성원 모두가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나서야 당을 살릴 수 있다.

박 전 대표와 친박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폐쇄적이고 신비주의를 추구하는 듯한 박 전 대표의 리더십 스타일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내부에서 치열하게 토론해 결론을 내리고 실천하는 열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친박의 자기희생이 전제돼야 내부의 통합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모을 수 있다. 그런 동력이 받쳐줘야 재창당 같은 쇄신 작업이 제대로 굴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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