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노지현]iCJD환자 관리 10년간 손놓은 보건당국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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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현 교육복지부 기자
노지현 교육복지부 기자
뇌경막 이식 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의인성(醫因性)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iCJD)’ 환자가 8일 두 번째로 발생했다. 지난해 사망한 50대 여성과 마찬가지로 뇌경막 대용제인 독일산 ‘라이오듀라’를 사용했다.

‘제3, 제4의 환자가 계속 생기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라이오듀라를 썼다고 해서 다 iCJD에 걸리는 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뒷북 행정’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미국, 오스트리아, 뉴질랜드에서 이 제품을 쓴 환자가 사망한 것은 1987년의 일이다. 당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캐나다 정부는 리콜 조치를 내리고 병원에 사용하지 말 것을 적극 홍보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정부 차원에서 수입을 제한하거나 병원에 통보했다는 공식문건은 없다”고 밝혔다.

당시 의사들은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1980년대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로 일했던 신경외과 의사 A 씨는 “좀 문제가 있는 제품이니 앞으로 쓰지 말자는 이야기를 다른 의사에게 듣긴 했지만 보건당국 차원의 교육은 없었다”고 말했다. 의사 B 씨는 “내가 수술한 수백 명의 환자 중에 또 다른 iCJD 피해자가 나오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고백했다.

1998년 일본에서는 CJD 환자 중 라이오듀라를 썼던 피해자 20명이 후생노동성과 제조사인 비브라운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02년 일본재판소는 “환자들의 치료비 가운데 일정액을 정부가 부담하고 향후 iCJD 치료법에 대해 성심성의껏 정보를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제조사에도 1인당 평균 6억여 원의 배상금을 내도록 했다.

전 세계가 이 문제로 떠들썩했던 1980년대 후반 이후에도 우리 보건당국은 이 제품을 ‘인허가 제한품목’에 넣지 않았다. 수입업체의 손에 맡겨버렸던 것.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998년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생긴 후에야 수입이 금지됐다.

잠복기를 감안한다면 국내 iCJD 환자는 2013년 정도면 발병 확률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방치한 사이 많은 환자가 문제의 제품을 사용했다. 보건당국은 더는 문제의 제품이 수입되지 않으니 큰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보건당국은 일본 사례를 되새기길 바란다. 신속한 역학조사를 벌여 피해자를 최소화하는 게 지금 보건당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다.

노지현 교육복지부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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