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맬컴 프레이저]亞太지역 분쟁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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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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맬컴 프레이저 전 호주 총리
맬컴 프레이저 전 호주 총리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은 난처해졌다. 냉전 이후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지역에서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도권을 고수하려 할까, 아니면 다자간 논의를 통해 균형을 유지하려 할까. 이 문제는 아태지역 평화를 좌우하게 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근 아시아·호주 순방길에서 아태지역에 대한 군사력 강화 방침을 밝혔다. 호주 북부 도시 다윈에 미군 2500명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지역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목적은 명확하지 않다.

아태지역에서 중국의 부상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물론 중국이 국제적으로 용인된 범위에서만 역할을 할 때의 얘기다. 중국이 이를 거부한다면 긴장은 피할 수 없다. 미국이 이 지역에서 주도권을 유지할지 예측하기 힘들다. 중국이 경제력에 이어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줄어들고 있다. 미국에 중국은 거슬리는 존재다. 그렇다고 중국을 압박하는 게 지역 안보문제를 해결하는 해답은 아니다.

한반도와 대만, 남중국해 국가들은 모두 미중 간 잠재적 분쟁지역에 속한다. 중요한 건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냉전시대가 도래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은 군사장비를 현대화해 주변국을 자극하면서 남중국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한다. 미국은 중국의 군비 투명성을 요구하지만, 이 역시 마뜩잖다. 균형적 시각에서 보면 세계 군사 지출에서 미국의 비중은 43%나 되고, 중국은 군비를 늘렸다고 해도 7%를 약간 웃돌 뿐이다. 게다가 중국은 소량의 자위 목적 핵무기만 갖고 있고 핵무기 선제공격 포기 원칙까지 만들었다.

중국은 19세기 유럽이나 20세기 일본의 제국주의를 흉내 내는 데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런 야욕에 대한 걱정은 중국 역사를 간과하는 처사다. 중국은 서구 열강으로부터 받은 고통을 기억하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의 동맹은 그래서 타당하지 못하다.

최근 일본-인도 외교장관 회담에서 두 나라가 해상 연합군사훈련에 합의한 것도 중국을 압박하려는 미국의 압력 때문으로 보인다. 안타깝게도 중국에 대한 견제 정책은 더 확대될 것이고, 이런 냉전시대 논리는 아태지역 평화에 위협이 될 것이다.

역사적 배경도 중요하지만 현재 행보도 전략적 지위를 결정한다. 한반도 문제가 대표적이다. 중국은 그래도 북한 문제에 관여해 왔지만 미국은 오랜 기간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했다. 남중국해 문제도 있다. 분쟁의 핵심지역은 석유 등 부존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난사(南沙)군도. 베트남 필리핀 대만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이 난사군도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데 국제재판소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정치철학자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주창한 ‘소프트 파워’, 다시 말해 군사력이 아닌 외교력은 이런 목표들을 추구하는 데 적합한 수단이다. 외교력은 힘의 논리에 좌우되지만 미국의 군사력은 추가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미 충분하다. 아태지역의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면 중국의 행보도 중요하지만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미국 역시 한발 물러서야 한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1954년 가시화된 대만해협 위기 때 중국은 진먼(金門), 마쭈(馬祖) 섬 해변에 포격을 가해 ‘대만 해방’을 위협했다. 당시 미국이 중국에 핵 공격을 고려하자 로버트 멘지스 호주 총리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에게 “만약 전쟁이 난다면 우리와 관계없는 미국의 일”이라고 말했다. 멘지스는 미국의 목적과 호주의 국익이 별개임을 인식했던 것이다.

미국은 이제 아시아 대륙에 대규모 군대를 배치할 수 없다. 공중전으로만 전쟁에서 이길 수도 없고 핵무기를 사용하기도 힘들다. 미국이 호주에 2500명의 병력을 추가 배치하는 건 그래서 무의미하다. 아시아의 국제 환경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구도가 조성되고 있다. 진부한 냉전시대 논리가 아닌 새로운 해법이 요구되는 이유다.

맬컴 프레이저 전 호주 총리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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