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강미은]긴 글의 감칠맛이 좋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트위터의 매력은 ‘촌철살인’이다. 140자 이내의 짧은 글에 핵심을 담으면서 촌철살인의 재치를 담을 때 반응이 뜨겁다. 작가 마크 트웨인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짧은 편지를 쓸 시간이 없어서 긴 편지를 쓴다.” 긴 글에 풀어낼 내용을 짧게 쓰려면 더 큰 공이 들어간다. 하지만 140자의 짧은 글에는 담을 수 없는 ‘긴 글’의 매력도 크다. 짧은 글만 쓰다 보면 논리적인 구조를 갖춰야 하는 긴 글을 쓰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짧은 글은 생각나는 대로 한마디 던지면 되지만 긴 글은 뼈대가 되는 구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글은 사람의 마음을 끌어들인다. 또 핵심이 분명하면서 글의 ‘맛’이 살아 있다. 읽을 맛이 나는 글이 매력적인 글이다. 같은 재료를 끓인다고 요리가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글에서 감칠맛을 제대로 내야 매력적인 글이 된다. 구태의연하고 천편일률적인 글은 읽으나마나 한 글이다. 읽고 나서 아무런 감흥이 남지 않는 글, 감동은커녕 기억에도 남지 않는 글은 힘이 없다. 무색무취한 글은 좋은 글이 아니다.

자음과 모음을 똑같이 가지고도 어떤 사람은 설득력 있고 아름다운 글을 쓴다. 어떤 글을 읽을 때 내 머릿속의 종이 울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머릿속에 전구가 하나 반짝 켜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했을까? 어떻게 이렇게 절묘하게 표현을 했을까?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남들이 쓰고 또 써서 닳고 닳은 구태의연한 형식과 진부한 미사여구로 가득 찬 글은 ‘쓰나 마나 한’ 글이다.

인터넷 공간이 글쓰기의 장터가 된 지는 오래다. 영향력 있는 논객의 글은 큰 힘을 발휘한다. 조회수와 추천수로 명백하게 ‘고수’가 가려지는 인터넷 공간의 글쓰기는 분명 매력적이다. 과거에는 종이 매체에 글을 쓸 수 있는 정도의 지위와 권위를 가진 사람들이 글쓰기의 권력을 가졌다. 전통적인 글쓰기의 권력자들은 문인, 교수, 언론인 등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그런 ‘권위’는 별 의미가 없다. 정말 설득력 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 강자가 된다. 계급장 다 떼고 맞붙는 장터다.

그렇다고 아무 글이나 인터넷 공간에서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아무 영양가도 없고 읽을 맛도 안 나는 글도 난무한다. 심하게는 쓰레기 같은 글도 떠돌아다닌다. 욕설이 솔직함을 대신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글도 많다. 익명으로 의견을 밝히면서 ‘감정 오버’하기도 한다.

감정 오버가 아니라면 인터넷에서의 글쓰기는 개성이 관건이다. 무엇보다 특징이 있어야 주목을 받는다. 개성은 인터넷 공간의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미덕이다. 인터넷에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진입장벽이 없기 때문에 개성 없는 글이 살아남을 여지는 거의 없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글쓰기 역시 논리와 감성의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질 때 설득력을 발휘한다. 용감하게 글을 쓰되 논리가 바탕이 돼야 하고 겸손함도 갖춰야 한다. 한 수 가르쳐 주겠다는 오만한 자세를 누리꾼들은 용서하지 않는다. 자신이 아는 것을 누리꾼들과 함께 공유하겠다는 겸손한 자세의 글쓰기는 금방 알아본다. 가르치기보다는 공감하는 자세로 글을 써야 한다. 인터넷 공간만큼 공감대가 형성되는 속도가 빠른 곳도 드물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는 공감대가 분명하게 형성된다.

SNS의 단문형 메시지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짧은 글이 가지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다시 블로그와 카페 등 긴 글을 쓸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이 활성화되는 현상은 주목할 만하다. 부족한 정보량을 채우고 내용 있는 소통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논리적이면서 매력 있는 콘텐츠가 더 필요하고 각광받는 시대다.

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