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류근준]낙동강 상주보의 안정성 논란을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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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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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준 한국시설안전공단 시설안전연구소장
류근준 한국시설안전공단 시설안전연구소장
안정성은 건설공사에 있어 가장 큰 목표이자 가치 기준이다. 아무리 아름답게 보이는 구조물이라도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존재할 수 없기에 기술자들은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기술자는 안정성을 충분히 확보하면서도 경제적이면서 심미적인 아름다움까지 갖춘 구조물을 창조하기도 한다. 수많은 연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에펠탑은 약 120년이 지난 오늘까지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기에 그 위엄과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게 아닐까.

최근 4대강 살리기 사업 낙동강 구간 중 상주보와 구미보, 창녕함안보의 콘크리트 구조물 표면에서 발견된 물 비침 현상과 관련해 ‘붕괴 위험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 토목기술자로서 몇 가지 기술적 검토 의견을 제시하려 한다.

상주보의 콘크리트 고정보 표면에서 발견된 누수를 시작으로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은 물 비침의 원인 불명, 붕괴 위험성, 보수공사의 부적정성 및 안전진단 실시 필요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물 비침의 원인에 대해 살펴본다. 상주보의 경우 고정보는 길이 230m, 높이 10.8m, 바닥 폭 30m의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이렇게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은 콘크리트를 한꺼번에 시공할 경우 경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화열을 조절해 온도에 의한 균열을 방지하고 타설 장비의 운용 한계 등의 이유로 여러 개 블록으로 분할해 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불가피하게 블록과 블록 사이에는 수평과 수직 방향 이음부가 발생하고, 시공 완료 후 이들 이음부를 통해 물이 스며 나오기도 한다. 즉, 콘크리트의 수화반응 후 소량의 남은 물이 이음부를 통해 배출될 수 있다. 배출되는 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급격히 줄어 멈추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음은 콘크리트 고정보의 붕괴 위험성이다. 상주보와 같이 거대한 수리구조물은 강물이 채워지고 큰 지진력이 작용해도 전도되거나 미끄러지지 않도록 설계 및 시공돼 있다.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붕괴되는 것은 설계 단면 자체의 부적합, 재료 또는 시공 불량, 예상치 못한 큰 지진이 발생하는 경우 외에는 상상하기 어렵다. 거대 콘크리트 구조물이 표면에서 물이 스며 나온다고 해서 붕괴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해외 사례를 봐도 상주보보다 심각한 콘크리트댐의 누수 발생 사례가 많았으나 모두 적절한 조치 후 안전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일본 누노비키(布引) 댐의 경우 시공 당시부터 누수가 발생했는데 1995년 한신대지진 영향으로 누수량이 급증하자 시멘트 밀크 주입과 그라우팅 등으로 보강해 안정성을 확보한 바 있다. 미국 울프레이크댐의 경우 이음부에서 누수가 생기자 폴리머 결합 모르타르와 폴리우레탄 등을 주입하고 그라우팅을 실시해 보수했다. 이 밖에도 많은 댐들이 시공 직후 크고 작은 누수현상을 보였으나 적절한 조치 후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건설된 보 구조물들은 짧은 기간에 만들어졌지만 올해 기록적 이상강우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상주보의 경우 국내외 사례와 비교해 볼 때 누수 규모가 매우 작아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가 주장하는 것처럼 부분적으로 발견된 물 비침이나 구조물 전체에 대한 안전진단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을 안심시키는 방안이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물 비침 부위에 대해 발포우레탄이나 에폭시 등을 이용한 보수가 적절히 이루어졌는지, 동절기 온도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구조물 열화 가능성은 없는지, 또 미처 파악하지 못한 취약부 존재 여부 등을 꼼꼼히 점검해 보 구조물의 항구적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류근준 한국시설안전공단 시설안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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