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영호]어느 날 쏟은 눈물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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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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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
며칠 전 국립암센터에서 작지만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66명의 암 생존자가 2개월간의 어려운 과정을 무사히 마친 것을 기념하는 건강파트너십 교육프로그램 수료식이었다. 건강파트너십이란 암을 이겨낸 사람들이 전문적 교육을 받고 현재 암 투병 중인 다른 환자들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말한다. 이 교육과정은 건강교육과 함께 자기 리더십 그리고 건강코칭을 훈련한다.

암환자라 하더라도 자기의 생각에 따라 암을 이겨낼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암이라는 위기를 극복하고 암 진단을 받기 전보다 오히려 더 건강해진 환자도 많다. 바쁘게 살다 보니 모르고 지냈던 시간과 행복의 의미를 깨닫는가 하면,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확인하는 기회로 삼아 의료진과 주변 사람들을 감동시키기도 한다. 암 생존자들의 이런 경험과 지혜를 살려 치료 과정에 있는 환자를 도와 성공적으로 암을 이겨내도록 하는 새로운 목표와 역할을 주기 위해서다.

이 과정은 국립암센터 주관으로 한국리더십센터 그리고 서울대와 연세대 교수들이 공동으로 개발했고 10개 대학병원이 참여했다. 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도움을 준 가족이나 의료진으로부터 수료증을 받는다. 사연을 이야기하고 수료증을 받는 동안 눈물을 흘리는 아내, 웃음을 터뜨리는 남편, 박수를 치는 의료진도 있었다. 감동의 무대였다. 거기에 전재희 의원이 모습을 나타냈다. 그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찾아온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도 역시 눈물을 흘린 보통사람이었다.

2년 전 암 생존자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암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암 극복 이후의 꿈을 갖도록 암 환자와 가족을 초대했다.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전 의원에게 격려사를 부탁했다. “사랑하는 가족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행복”이라는 말을 할 때 쏟아지는 눈물과 떨리는 목소리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여 당시 프로그램을 기획했던 나뿐만 아니라 참석한 사람들이 당황했다. 그 자리에 있던 한 방송국 관계자는 ‘정치인의 쇼’라고 말했다.

그 행사가 끝난 지 1, 2개월 후 복지부에서 연락이 왔다. 모 대학병원에서 장관 남편을 더는 치료할 수 없다고 하니 국립암센터에서 더 치료할 방법이 없겠느냐는 문의였다. 비로소 당시 전 장관의 눈물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남편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틋한 마음에서 나온 보통 아내의 눈물이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정치인이라도 사랑하는 가족의 아픔 앞에서는 단지 평범한 사람이다. 그가 시간을 내 다시 암 생존자와 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나타난 것이다. 생존자와 가족, 의료진들이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국립암센터의 건강파트너십프로그램처럼 우리 사회의 내로라하는 지식인들이 국민과 함께 보통사람의 눈물을 흘리는 감동적인 무대가 여러 분야에서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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