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문화원 등기 거부하는 중국의 속 좁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8일 03시 00분


중국 베이징에 있는 주중(駐中) 한국문화원이 중국 정부의 등기 발급 거부로 4년째 유령건물 신세가 돼 있다. 우리 정부가 2004년 서울 종로구 내자동에 들어선 주한 중국문화원에 곧바로 등기를 내줘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과 대비된다. 상호주의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외교 관례에 비춰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한국과 중국 국민이 한 해 600만 명 넘게 상대방 국가를 방문할 정도로 밀접해진 양국 관계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외국 문화원과 관련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고 한국문화원이 있는 곳이 외교공관 밀집지역이 아니라며 등기를 거부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활발하게 교류하고 소통하는 지구촌 시대에 외국 문화원에 관한 규정이 없다면 서둘러 마련하는 게 상식이지, 위치를 문제 삼는 것은 옹색한 핑계로 들린다. 주한 중국문화원도 외교공관 밀집지역과는 거리가 먼 곳에 있다. 중국 관리는 한국이 상호주의를 주장하면 “주한 중국문화원의 인가가 취소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망발까지 했다. 외교적 무례를 저질러놓고 억울한 생각이 들면 따라하라는 듯한 태도다.

중국은 2004년 이후 세계 100여 개국에 340개가 넘는 공자(孔子)학원을 설립했다. 미국의 문화원, 독일의 괴테 인스티튜트, 프랑스의 알리앙스 프랑세즈처럼 언어를 매개로 중국 문화를 세계에 확산하는 이른바 ‘공공외교’에 나선 것이다. 세계 최초의 공자학원은 2004년 11월 서울에서 문을 열었다. 전 세계를 상대로 자국 문화 선전에 열을 올리면서 외국 문화원의 활동을 억제하는 이중 행보에선 대국의 품격을 찾기 어렵다. 편협한 국수주의적 속 좁음만 드러날 뿐이다. 중국 정부가 계속 한국문화원의 등기를 거부한다면 2008년 양국 정상이 합의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도 공허해질 판이다.

내년 수교 20주년을 맞는 한중 관계는 곳곳에서 삐걱거린다. 16일 서해 해상에서 불법 조업을 하다 적발된 중국 선원들은 각목을 휘두르며 우리 해양경찰에 거세게 저항했다. 중국 선원의 난동은 1년 내내 서해와 남해 우리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공자 사상의 핵심은 인의예지(仁義禮智)다. 공자학원이라는 하드웨어만 번듯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정부와 국민이 염치와 예의라는 콘텐츠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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