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명규]전문大 리모델링으로 위상 재정립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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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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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규 배화여대 국제무역과 교수
고명규 배화여대 국제무역과 교수
벚꽃이 먼저 피는 지역 순서로 전문대학의 존립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의 여론이 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고등교육법 제47조에 의거하여 전문직업인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우리나라 146개 전문대학은 고등교육의 약 40%를 점유하면서 30여 년간 450만 명의 전문직업인을 배출하며 사회 경제적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산업 발전에 공헌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에서의 임금 격차, 4년제 대학과의 차별 대우, 입학생 수학 능력 부족 및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 등 대내외적 요인으로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어둠을 저주하느니 등잔불을 켜는 것이 좋다’라는 격언과 같이 위기를 기회로 삼고 미래로 나아갈 동력을 마련할 때다. 새로운 직업교육 패러다임으로 전문대학 본연의 위상과 역동성을 되찾고, 자본주의 4.0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글로벌 실무형 인재 육성의 산실로 환골탈태할 전략적 대안들을 제안한다.

첫째, 정부의 수업 연한 법적 규제를 빨리 풀어야 한다. 현행 2, 3년의 수업 연한 규제를 자율화하는 것은 전문대학이 직업교육의 연속성 및 완성형 체제를 구축하는 데 필요(Need)조건이 아니라 필수(Must)조건이다. 또한 다양한 연령과 배경을 가진 수요자들에게 교육 선택권을 확대하고 졸업생들이 노동시장에서 겪는 임금 및 승진 차별을 없애는 동시에 4년제 대학과 위계적으로 계층화된 학력 위주 구조에서 능력 위주 구조로 전환함으로써 사회적 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 ‘교육은 누구에게나 숨 쉬는 공기와 마시는 물처럼 제공되어야 한다’고 역설한 미국 쿠퍼유니언대 설립자의 교육철학처럼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쉽게 배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배우는 열린 대학으로 유연성을 갖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

둘째, 혁신적인 직업교육과정 특성화로 경쟁력을 갖추자.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기업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현장 중심의 맞춤형 교육과정 개발이 시급하다. 4년제 대학과의 교육영역 혼돈과 노동시장에서의 불일치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유사학과 통폐합과 정원 조정이 우선적으로 시행돼야 할 것이다.

‘공급자 중심’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획일적이고 광역화된 전공 구조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정체성 있는 소수정예로 쇄신하고 차별화된 미래형 명품 브랜드 학과로 혁신해야 한다. 물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수 역량 강화와 평가인증시스템 구축은 당연히 수반돼야 한다.

셋째, 새로운 산학협력 모델로 일자리 창출 선도대학이 돼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공시한 2011년 취업 통계 조사에 따르면 전문대학 취업률(60.7%)이 4년제 대학 취업률(54.5%)보다 6.2%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직업교육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전문대학은 성인 학습자 친화형 프로그램과 취업 및 창업 강좌를 다양하게 개설해 최상의 복지이자 국가적 명제인 일자리 창출의 중추적인 기관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 산업체와 새로운 산학 일체형 협력 방안을 수평적으로 모색하고 인프라 상호 연계 및 활용으로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

끝으로 개혁은 그 어원에서 찾을 수 있듯 누군가의 살을 찢는 아픔에서 시작된다. 마치 달리는 자동차의 타이어를 바꿔 끼는 것처럼 험난한 것이다. ‘가장 강한 종(種)이나 우수한 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만이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다윈의 학설처럼 대학 구성원들이 스스로 변화하고 더는 미룰 수도, 머뭇거릴 수도 없는 총체적인 리모델링과 혹독한 자구 노력을 통해 전문대학이 제자리를 다시 찾고 과거와 미래를 입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최적의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고명규 배화여대 국제무역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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