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자칭 쇄신파는 그동안 어디서 뭘 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7일 03시 00분


한나라당 쇄신파를 자처하는 초선의 구상찬 김성식 김세연 신성범 정태근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對)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편지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들은 여권의 위기 타개를 위한 충정어린 호소라고 밝혔으나 당내 반응은 시큰둥하다. 한나라당의 이른바 소장 그룹은 한나라당이 각종 선거에서 패배할 때마다 단골 메뉴처럼 청와대를 맹렬히 비난하며 뭔가 총대를 멜 것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이들이 한나라당을 위해 어디서 어떤 희생적 노력을 했는지는 드러난 것이 없다.

쇄신파는 올해 4월 경기 분당을(乙) 선거 패배 이후 당 쇄신을 내걸고 당의 신주류로 떠올랐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구주류 측 후보를 꺾고 황우여 원내대표 체제를 만들어냈다. 이들은 ‘새로운 한나라’ 모임을 주도하며 당 운영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김성식 정태근 의원은 정책위 부의장, 김세연 의원은 원내부대표로 당직도 차지했다. 그 후 지금까지 이들은 당 쇄신은 안 하고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젊은 세대를 찾아다니며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자고 호소하다가 계란 세례라도 받아봤던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내곡동 사저 문제는 정권에 대한 국민 신뢰를 뿌리째 흔들었고, 서울시장 선거 패배의 요인이 됐다. 그렇다고 해서 신주류 쇄신파가 패배의 원죄(原罪)를 청와대에 뒤집어씌울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쇄신파의 맏형격인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은 올해 7월 “한나라당에 대해 20대는 ‘재수 없다’, 30대는 ‘죽이고 싶다’, 40대는 ‘관심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2040세대가 한나라당에 등을 돌렸다는 진단은 어제오늘에 나온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 쇄신파 그룹은 2040세대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야권의 박원순, 안철수 씨보다 더 열심히 뛰었어야 했다. 간간이 정치평론가처럼 몇 마디 레토릭(수사·修辭)을 던지는 걸로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웰빙족의 행태다.

야당 사람들이 아스팔트로 나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홍보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은 한미 FTA가 왜 필요한지 국민에게 설명하기 위해 얼마나 뛰어다녔는가.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절실한 한미 FTA의 비준을 위해 몸을 던지기는커녕 “국회에서 몸싸움은 안 한다”는 소리나 하는 것은 비겁함 그 자체다. 3분의 2에 가까운 국회 의석을 갖고도 소수 야당에 휘둘리기만 하면서 ‘물리적 충돌 회피’를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을 수 있단 말인가. 한나라당 쇄신파의 ‘입으로 하는 쇄신’ 병증(病症)부터 치료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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