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 비리와 반값 등록금은 별개로 다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4일 03시 00분


8월부터 전국 대학의 등록금 비리를 감사한 감사원이 어제 ‘대학재정 운용실태’를 발표했다. 표본으로 선정된 35개 대학이 연구비 관리운영비 등 지출을 늘려 잡고, 등록금 이외의 수입은 낮춰서 생긴 예산과 결산 차액이 전체 대학 평균 연 187억 원이라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 대상 113개 대학 중 50여 개 대학에서는 이사장 총장 직원 94명이 교비(校費) 횡령 또는 배임으로 학교에 손해를 끼쳤다고 한다.

교비 횡령 같은 범죄에 대해서는 형사고발을 통해 단호하게 다스려야 한다. 등록금 비리와 부정이 드러난 대학은 과감한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감사원 발표에 대해 억울해하는 대학도 많다. 예·결산 차액 중 상당 부분은 미래투자를 위한 적립금이라고 대학들은 해명하고 있다. 이 돈 모두가 대학이 등록금을 과도하게 인상해 부당하게 올린 수입이라고 보기 어렵다. 등록금 비리를 대학 전체의 문제로 단정할 수도 없다. 감사원이 비리를 저지른 대학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다른 대학의 명예를 훼손한 측면이 있다.

정부가 이번 감사 결과를 대학들에 반값 등록금을 강요하는 근거로 몰아가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정부나 정치세력이 대학에 등록금 인하를 획일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교육의 자율성을 해치는 일이다. 부유층 학생에게까지 반값 등록금 혜택을 주는 것은 전면 무상급식처럼 사회 정의에도 배치된다. 그보다는 가난한 학생들에게 주는 장학금을 늘리는 것이 좋다. 반값 등록금을 몰아붙이다 보면 대학교육의 질이 떨어져 세계 수준의 대학경쟁력을 갖추는 일은 요원해질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선거 때 공약한 서울시립대의 반값 등록금을 내년부터 시행하기 위해 국민 세금인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서울시립대의 반값 등록금 예산 182억 원은 전국에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 때 반값 등록금 이슈를 이용하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최문순 강원지사가 강원도립대 등록금을 2012년부터 연차적으로 줄이겠다고 올해 6월 발표했지만 강원도립대는 학생 수가 954명인 작은 대학이다. 서울시립대는 8343명인 데다 지방 출신 학생이 60%가량 된다. 서울 시민의 세금으로 등록금을 일률적으로 지원해야 하는지도 논란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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