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FTA도 처리 못하면 많은 의석 왜 필요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일 03시 00분


2008년 4월 제18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과반인 153석을 얻었다. 친박(親朴) 무소속 의원의 입당으로 전체 의석수는 168석으로 늘어났다.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이 현재 민의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야권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의 여세를 몰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에 나서고 있지만 민주당 지지자들 가운데도 FTA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야당의 기세에 눌려 있는 딱한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17대 대선과 18대 총선 민심의 주문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미 FTA 조기 발효를 통한 일자리 확대와 경제 활성화도 한나라당에 다수 의석을 몰아준 총선 민심이다.

여야 협상의 막판 쟁점인 국가소송제도(ISD)는 한미 FTA에 처음 도입된 제도가 아니다. 한국이 체결한 85개 투자보장 협정을 포함해 전 세계 2500여 개에 이르는 투자 관련 국제협정에 규정돼 있다. 민주당은 국제 분쟁이 벌어졌을 때 우리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하지만 한국의 대미(對美) 투자가 미국의 대한(對韓) 투자를 웃돈다. 우리가 오히려 앞장서 요구해야 할 제도다. 한미 FTA의 ISD 조항은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체결한 그대로다. 노 정권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런 사정을 잘 알 것이다. 여야정(與野政) 대표가 어제 한미 FTA 발효 후 한미 양국이 ISD 문제를 다시 협의하자는 절충안에 합의했는데도 민주당 강경파와 민주노동당이 반대해 한때 여야 대치상태가 벌어졌다. 한미 FTA 비준을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목표인 듯하다.

한나라당 소장파 그룹을 중심으로 여권 개혁을 외치는 목소리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4·27 경기 성남 분당을 선거 패배 이후 일부 소장파 그룹과 친박이 한나라당 내 주류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들은 국가적 과제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소장파 그룹이자 한미 FTA의 국회 비준 과정에서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국회에서 몸싸움을 하면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약속의 덫에 걸려 있다.

19대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심이 등을 돌린 것을 실감한 한나라당 서울지역 의원들의 마음이 급할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야당의 포퓰리즘 정책을 허겁지겁 뒤따라 다닌 결과가 이번 같은 패배를 불렀을 수도 있다. 한미 FTA 비준동의도 처리하지 못한다면 지지 세력마저 돌아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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