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주성하]자유 리비아에 언론사 봇물, 북녘 표현자유는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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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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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국제부
주성하 국제부
리비아 동부 벵가지의 한 대학에서 기술공학을 전공하는 22세의 대학생 무함마드 셈비시 씨. 그는 ‘소우트(Sowt)’라는 잡지의 편집자이기도 하다. 소우트는 ‘아랍의 목소리’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매주 12쪽 분량으로 발행돼 벵가지를 중심으로 3000여 부가 팔리는 이 잡지는 기술공학, 의학, 경제학 등을 전공하는 20대 초반 대학생 5명이 만들고 있다.

벵가지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발했던 2월 셈비시 씨는 중심부 자유 광장에서 잡지에 실릴 기사 원고를 받는다는 내용의 홍보 전단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잡지를 발행하는 데 들어갈 비용도 모금했다. 10일도 안 돼 수십 건의 기고와 8쪽 분량의 잡지 2000부를 발행할 수 있는 자금이 마련했다. 시민들의 도움에 힘입어 얼마 뒤 6쪽을 시민기사로 채운 창간호가 세상에 나왔다.

자유를 찾은 벵가지에 시민들이 직접 발행하는 언론매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고 CNN방송이 12일 전했다. 8개월 사이 독립신문이 무려 120여 개나 생겨났다. 기자의 80%는 기술자다. 리비아의 원유 정제업의 중심지인 벵가지에서 지식인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은 대부분 정제 관련 기술자들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자들에게 기사 쓰는 법을 가르치는 국제 자원봉사 단체도 여럿 있다. 한 자원봉사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브델살람 도마 씨(25)는 “지금은 많이 발전했지만 초기 신문은 기사의 형식을 전혀 갖추지 않은 일기장 같았다”며 “기사 구조도, 정보도, 사례도 없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무아마르 카다피를 단죄하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그는 벵가지에 온 외국 기자들의 통역관으로 따라다니며 외국 기자들에게서 기사 쓰는 법을 배웠다.

카다피 집권시절 리비아에는 신문이 불과 5개 밖에 없었다. 모두가 카다피의 철저한 어용지였다. 하지만 독재 정권이 붕괴된 뒤 리비아 전역에서 신생 언론매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특히 제작이 상대적으로 쉬우며 상세한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신문이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 리비아의 이 같은 모습은 표현의 자유가 극도로 억눌렸던 곳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생색내기용 어용언론 몇 개만 허용하고 있는 북한에도 언젠가 이 같은 ‘신문의 봄’이 찾아오지 않을까.

주성하 국제부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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