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대학가 연예인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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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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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학교엔 ‘소녀시대’가 왔다며? 작년 우리 학교엔 ‘원더걸스’가 왔는데.” 대학축제 때 대학생들끼리 이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한양대는 올해 봄 축제에 걸그룹 ‘소녀시대’를 등장시켜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일본 순회공연 중이던 ‘소녀시대’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대학 측의 강력한 요청으로 급거 귀국했다. 한양대는 올해 가을 축제에는 걸그룹 ‘포미닛’과 가수 임정희를 초대했다. 대학들이 축제에 인기 연예인을 불러 분위기를 띄우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서울대는 2008년 봄 축제에 ‘텔미’로 인기몰이를 하던 걸그룹 ‘원더걸스’를 초청했다. 개교 이래 아이돌그룹이 초대된 적이 처음이어서 논란이 일었으나 공연에 참석한 학생들은 열렬히 환영했다. ‘원더걸스’ 일행은 환호하는 학생들에게 가로막혀 무대를 향해 걸음조차 뗄 수 없을 정도였다. 원더걸스 공연이 끝난 후 학생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가 다른 프로그램이 죽어버렸다.

▷2000년대 이후 대학축제 때 유명 연예인을 섭외해 출연시키는 것이 대학 총학생회의 역량처럼 됐다. 이전까지 대학축제는 주로 사회문제에 대한 성찰의 장(場), 화합과 단결의 놀이공간이었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는 대학축제 이름도 ‘대동제’였다. 요즘 대학축제에도 평범한 일상을 뒤집는 ‘유쾌한 일탈’의 성격이 없지는 않지만 소비적 향락적 색채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축제 기간 캠퍼스에는 화장품과 휴대전화 등 기업의 판매 부스가 빼곡히 들어서 공공연한 영업 및 판촉 장소가 된다. 소비성 향락성 축제의 정점에 연예인 공연이 있다.

▷대학들의 연예인 초청에 대해 “시대 흐름을 반영한 대학문화의 일부”라고 비교적 관대하게 바라보던 외부의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등록금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을 강력히 요구하던 총학생회가 연예인 공연 비용으로 수천만 원을 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대학축제에서 사회를 보던 개그맨 장동민은 화려하게 쏘아올리는 불꽃을 보며 “지금 여러분의 등록금이 터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그냥 웃어넘길 수 없는 엄연한 진실이다. 그 불꽃놀이와 연예인 초청에 내년부터는 국민세금이 들어간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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