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인창]해외 석유개발 사업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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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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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창 경북대 자연과학대 지질학과 교수
유인창 경북대 자연과학대 지질학과 교수
9월 22일 대우인터내셔널과 STX에너지가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국내 대륙붕 6-1 해상광구 석유개발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1970년대 셸과 텍사코(현 셰브론) 등 오늘날 ‘슈퍼 메이저’로 불리는 대형 석유기업들이 석유 발견에 실패한 이후 한국석유공사가 탐사해 2004년 국내 최초로 천연가스를 생산하게 됐다. 이제 민간 기업들도 능동적으로 국내 석유개발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볼 때 전체적인 관심과 석유 개발 역량이 높아졌다. 아무쪼록 국내 대륙붕에서 대형 유전을 발견해 국민에게 석유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석유개발사업은 성공하면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막대한 손해를 보기 때문에 몇 번 실패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자금력과 고도의 기술력 등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쉽게 뛰어들지 못한다. 석유개발사업의 특성이 이러한데도 최근 쿠르드 석유개발사업을 비난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모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파기만 하면 나온다는 중동에서도 석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질타와 수천억 원의 사업비만 날렸다는 비난을 받고 있으며, 게다가 광업권 확보 과정에서 사업을 엮어낸 인물이 정치적으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해당 기업은 비록 적은 양이지만 석유를 발견했고 추가 시추를 계획하고 있어 아직 실패를 논할 단계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또 비밀유지 계약까지 위반하게 하여 사업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 같은 비난과 그에 대한 반박을 보면서 해외 석유개발에 대한 우리의 인식 수준이 아직도 낮다는 생각이 들었다. 석유개발의 역사가 100년이 넘었고 기술 발전이 이루어졌지만 땅속에서 석유를 발견하는 탐사 성공률은 15∼30%에 머무르고 있다. 즉 석유기업들이 탐사해 경제성 있는 석유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게다가 통상 탐사는 2, 3공 시추하고 시간이 5년 걸리는데 이번 쿠르드 사업에서 1공 시추 결과만을 놓고 실패를 논하는 것은 석유개발사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치열한 세계 석유자원 확보전을 감안할 때 유수의 경쟁자들을 제치고 광업권을 따내는 것조차 우리나라로서는 버거운 일이다. 자원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도 부족한 판국에 ‘자원외교 실패’ 운운하면서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려는 노력 자체를 폄하해서는 안 된다. 중국은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아프리카와 남미 등에서 석유를 도입하고 자국 석유기업들이 광업권을 따내는 데 측면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이고 세계에서 9번째로 많은 하루 약 238만 배럴(2010년 말 기준)의 석유를 소비하지만 자주개발률 등 에너지 안보는 매우 취약하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을 해외로 수출해 벌어들이는 수입만큼 석유 수입 대금이 많은 상황이다. 미국은 국가에너지위원회가 있어 자국의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중국도 국가에너지청, 국책은행, 외교부 등이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 등 국영 석유기업들의 해외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에너지 정책을 일개 부처의 국(局)에서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 석유기업이라 할 수 있는 한국석유공사는 현 정부 들어 대형화하여 최근에야 세계 석유기업 순위에서 70위권에 이르고 있다. 경제규모와 치열한 국제 석유개발 경쟁을 감안할 때 아직도 경쟁력이 부족하다.

금번 쿠르드 사업 건과 관련하여 비판과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은 기업이 아니라 경쟁력이 있는 석유기업을 육성하지 못한 해외 석유개발에 대한 우리의 낮은 인식 수준에 있지 않을까. 알고는 있지만 인정하기 싫은 불편한 진실이다.

유인창 경북대 자연과학대 지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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