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감사원은 권력 남용 중단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5일 03시 00분


감사원이 지난 1년 동안 최소 15명의 민간인 계좌 29개를 불법적으로 추적한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공무원 가족과 친지의 금융계좌를 법원 영장 없이 추적했다. 공기업과 계약을 한 민간기업의 전·현직 임직원과 그 가족에 대해서까지 계좌 추적을 벌였다. 금융 거래의 비밀 보장은 국민 기본권에 해당한다. 금융실명제법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법원의 제출명령이나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지 않고는 거래 정보를 감사원에 제공할 수 없다.

감사원은 국가기관 등에 대한 회계검사를 위해 계좌추적을 할 권한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의 비리 조사 같은 직무 감찰을 위한 계좌추적권은 감사원의 권한 남용 가능성 때문에 인정되지 않는다. 감사원은 국가기관에 대한 회계검사권을 갖고 있으므로 회계검사 과정에서 공무원이나 민간인의 계좌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감사원법에 대한 자의적인 확대 해석이다. 이런 식으로 마구잡이 계좌 추적이 허용되면 국민의 금융 거래 비밀 보장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감사원은 국가의 세입 세출의 결산검사와 함께 행정기관 및 공무원을 상대로 직무 감찰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공직사회의 비위나 일탈, 편법과 위법 및 권한 남용을 적발하고 관련자들을 징계 또는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감사원이 관련 법규를 철저히 준수하지 않는다면 국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 감사원이 감사원법을 멋대로 해석해 민간인 계좌를 추적하는 것은 지탄받아야 할 권력 남용이다.

현재 진행 중인 대학 등록금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서도 대학 측의 반발과 비판이 만만찮다. 대학 등록금 문제가 국민적인 관심사로 등장했고, 대학에 상당한 액수의 정부 예산이 지원되고 있는 만큼 감사원이 나서 대학 재정운용 실태를 파악할 필요성은 있다. 그러나 국립대학이 아닌 사립대학에 대한 전방위 감사는 문제가 있다. 사립대학의 경우 감사원은 정부 재정이 투입된 분야에 대해서만 감사할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대학 행정 전반에 걸친 무차별 감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사립대학에 대한 지나친 감사는 법적 근거도 불분명하고 대학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정돼야 한다.

사립대학들은 감사원이 교수 연구실을 압수수색 수준으로 뒤지고 교수 e메일까지 열어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감사원이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처럼 행세해서는 안 된다. 감사원은 권력 남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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