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주펑]치열해지는 동아시아 중일 외교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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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9월 27일 일본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남중국해 문제를 양국의 공동 관심사로 삼기로 했다.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 사이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해결에 이르지 못하는 가운데 일본과 필리핀 간의 이런 협력에 중국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바다를 통한 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해양대국 일본은 수년 동안의 중국 해군 역량의 굴기(굴起·떨쳐 일어남)에 매우 신경을 써왔다. 또 중국과 일본 사이에는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尖閣 열도) 영유권과 동중국해 배타적경제수역(EEZ) 설정 등에서 마찰이 존재한다.

많은 중국 전문가들은 일본이 필리핀 베트남 편에 서서 남중국해 문제에 개입해 중국과 맞설 것을 우려한다. 또 지역 안보에서 필리핀을 끌어들여 미일 동맹의 다변화를 꾀할까 걱정한다.

실제로 올해 5월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이 남중국해 문제로 충돌을 빚을 때 일본은 분명히 필리핀 베트남 쪽으로 기울었다. 당시 충돌을 두고 많은 일본인들은 중국이 힘을 키워 해양으로 세력을 확대하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중국의 최대 관심사는 일본과 필리핀이 새로운 군사동맹을 결성할 것인가가 결코 아니다. 남중국해 문제를 갖고 일본이 동아시아 외교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냐는 점이다.

남중국해 분쟁이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 관계의 전부는 아니다. 중국과 이들 국가는 경제 사회 외교 등에서 광범위하게 협력해 왔다. 단지 남중국해 마찰로 중국과 이들 국가 간의 협력 관계가 약해지지는 않는다.

국면은 점점 복잡해진다. 필리핀과 베트남은 외교 안보 영역에서 전력을 다해 미국과 일본 인도를 지원군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반면 중국과는 고위층 간 대화와 접촉을 지속하면서 경제무역에서의 합작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8월 아키노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해 중국과 일련의 중요한 협력을 다짐했다. 중국과 필리핀은 상호 존중과 평등호혜의 기초 아래 전략적 협력관계를 장기적으로 발전시키자고 약속했다. 또 무역과 기초설비 농업 수리 신재생에너지 금융 등에서 다양한 합작을 하기로 했다. 게다가 2016년까지 양국의 무역액을 600억 달러로 확대하자고 목표를 세웠다.

양국은 남중국해 문제에서 다툴 부분과 협력할 부분을 분리하기로 했다. 다만 협력으로 분쟁이 완화될 가능성은 작지만, 분쟁이 커질수록 협력은 장애를 받는다는 게 문제다. 이 때문에 남중국해 긴장이 높아지자 동아시아 외교에서는 ‘가르기’와 ‘손잡기’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일본은 앞으로 중국의 굴기에 맞서기 위해 지역 외교 안보 분야에서 활발히 역할을 하기로 한 것 같다. 일본의 목적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공간을 빼앗고 미국과 협력해 동아시아 안보와 지역질서에서 주도적 역할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사실 2005년 이래 일본은 이미 지역 외교의 방점을 중국의 굴기 이후 동아시아 세력 재편에 맞추었다. 이를 위해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을 다지고 있다. 또 인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양국 간에는 외교와 국방대화 기구를 만들었다.

일본이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 대놓고 필리핀 베트남과 국방협력을 강화하고 아세안 국가들의 주장에 거드는 것은 사실 시작일 뿐이다. 일본 외교의 이런 새로운 모습은 분명히 베이징의 대일 전략에 경각심을 불러올 것이다. 동아시아 외교에서 중-일 간 경쟁시대가 시작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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