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폴 크루그먼]중국에 책임을 추궁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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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세계 경제가 이처럼 참혹해진 건 여러 정부와 기업 등 경제 플레이어(player)들 상당수가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책임 소재를 추궁당해야 할 대상이 많다고 해서 개별적으로 책임 추궁을 하기가 어렵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미국 의회 주도자들은 중국을 포함한 ‘통화 조작자’들에 대한 제재를 가로막는 법률을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 물어보자. 미국은 완전고용을 회복하는 일이 왜 이다지도 힘든가. 주택 버블은 이미 붕괴됐고, 소비자들은 과거보다 저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지만 한때 미국은 주택 버블도 없었고 더 높은 저축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완전고용에 가까웠던 호시절이 있었다. 그때와 지금은 무엇이 변한 것일까.

정답은 당시는 지금보다 훨씬 무역적자가 적었다는 데 있다. 과거의 경제 안정을 회복하려면 현재 연간 수입규모가 수출보다 5000억 달러 이상 많은 상황을 바꿔야만 한다.

무역적자를 낮추려면 미국은 제품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가장 실질적인 방법은 달러 가치를 낮추는 것이다. 일부에선 달러 가치 하락을 금기처럼 여기지만, 분별 있는 정책입안자들은 시기적절한 통화 가치 조절이 경제에 효과적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스위스나 이스라엘 정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를 시행해왔다.

물론 세계에서 특별한 역할을 담당하는 미국이 그들처럼 공세적으로 움직일 순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이 절실한 현 상황에서 통화가치 조절은 꼭 필요한 조치다. 특히 자국 통화 저평가를 무조건 고수하는 국가들에 대해선 확실한 대응이 요구된다.

말을 돌릴 필요도 없다. 그 대상은 바로 중국이다. 지금까지 중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제가 제대로 진지하게 검토된 적도 없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반대파들은 중국 위안화가 저평가됐다는 걸 어떻게 증명하느냐고 주장한다. 농담하는가. 현재 중국 외환보유액에 달러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알고나 하는 소린가. 중국은 약 3조2000억 달러를 갖고 있다. 위안화 저평가로 얻은 이익이 얼마나 큰지 여실히 드러난다.

반대파들은 또 중국에 책임을 물으면 중국정부가 미 채권 구매를 멈추는 보복행위에 나설 것이라 경고한다. 하지만 미국 채권은 사려는 희망자가 너무 많아서 문제다. 미국 장기채권 이자율이 겨우 2%밖에 되지 않는 게 그 증거다.

우파 이익집단들은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가 미국인에게 증세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세금이 올라간 적은 한 번도 없다. 무작정 증세 반대 열풍에 동참하는 건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

갈수록 노동력 비용이 증가하는 중국의 인플레이션으로 ‘점차적으로’ 위안화 저평가 효과가 감소될 것이란 전망이 있는데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점차적으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실업률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현 상황에선 한가한 소리일 수밖에 없다. 중국을 거칠게 다루면 무역전쟁이나 외교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과장되긴 했으되 실제로 존재하는 위험이다. 하지만 높은 실업률 때문에 엄청난 내상이 켜켜이 쌓여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은 더는 국가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해법을 무시해선 안 된다. 중국에 대한 특별한 대우를 지속하는 한 미국은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시기는 무르익었다. 이제 중국에 책임을 물어야 할 때다.

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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