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호경]폐교 직전 꼴찌학교가 지역 명문고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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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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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경 포산고 교장
김호경 포산고 교장
4년 전만 해도 폐교가 거론되던 학교, 지역 학생도 외면하던 시골학교가 있었다. 그랬던 학교가 도심의 우수한 학생이 몰려오는 명문 학교로 바뀌었다. 포산고 얘기다. 포산고는 대구 달성군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학교다. 2002년 현풍여고에서 포산고로 바뀌면서 갑작스러운 제도 변화와 신뢰 하락을 이유로 우수학생은커녕 입학정원도 채우기 어려운 학교로 전락했다.

이랬던 포산고가 명문 학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지자체의 지원과 정책, 학교와 교사의 노력,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 덕분이다. 포산고는 2007년 이후 교육과학기술부의 농산어촌우수고 사업 대상 학교로, 기숙형 공립고로 선정되면서 교육청의 행정·재정적 지원을 받았다. 이렇게 지역교육을 살리려는 지자체의 관심으로 회복 일로를 걸을 수 있었다.

여기에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더해졌다. 농산어촌우수고지원금을 바탕으로 학력과 인성 함양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는 데 교사들이 땀을 흘렸다. 교사들이 중학교를 찾아다니면서 학교의 이름을 알렸다.

이후 자녀의 고교 진학을 앞둔 학부모들이 관심을 가지고 학교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학교는 공휴일도 없이 학부모들에게 기숙사 중심 교육계획을 설명해 신뢰를 줬다. 재학생 학부모들에게도 학교 참여를 활성화시키는 노력을 계속했다.

2009년 신입생 모집에서 내신 성적 5% 이내 상위권 학생들이 입학정원의 30%를 차지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합격선이 내신 성적 1%대가 돼 지역을 놀라게 했다. 포산고는 전교생을 기숙사에 수용해 사교육을 대체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면서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필자는 이런 경험을 토대로 공교육의 변화는 실현 불가능한 꿈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학교장과 교사의 창의적 리더십, 지자체 및 정부의 관심과 지원, 학부모와 학생의 참여와 노력만 있다면 가능하다.

최근 창의적 학교 경영을 통해 미래 세대의 창의력과 인성을 키우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열린 ‘2011 창의경영학교 국제포럼’이 한 가지 예다. 창의경영학교 국제포럼 같은 일련의 과정은 창의적 자율적 학교 경영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방향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이를 계기로 학교장과 교사의 관심, 학부모와 학생의 참여가 확대돼 진정한 의미의 교육 혁신이 시작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호경 포산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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