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니컬러스 크리스토프]피난 여성 두 번 울리는 폭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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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가뭄과 기아에 시달리는 소말리아인이라고 생각해 보자. 자식 중 하나가 굶어 죽었지만 슬퍼할 시간도 없다. 정신적 충격 속에 가족을 데리고 맨발로 사막 횡단에 나선 지 15일 만에 안전한 도피처라고 믿는 케냐에 탈진한 상태로 도착했다. 그러나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소문으로만 돌던 악몽을 만난다.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는 폭력과 강간이다.

매일 약 1000명씩 줄지어 국경을 따라 케냐로 넘어가는 소말리아인들은 무장 강도들의 손쉬운 먹잇감이다. 무장 강도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난민캠프로 변한 케냐 다다브 지역의 외곽 50마일을 둘러싼 채 소말리아인들을 상대로 강도와 강간을 일삼고 있다.

강간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쉬쉬하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여성이 강간을 당했는지를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난민캠프에 새로 도착한 뒤 나와 인터뷰한 소말리아 여성 중 절반 이상은 강도들의 공격을 받았다. 두세 번이나 공격받은 난민도 있다.

이 같은 대규모 강간 사태는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인도주의의 위기에 또 하나의 슬픔을 더하는 것이다. 유엔은 75만 명의 소말리아인이 몇 달 안에 굶어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말리아인들이 자신은 물론이고 자식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강도와 강간이라는 시련을 견뎌내야만 한다.

난민캠프에 도착한 35세의 어머니는 “강도들이 세 곳에서 우리를 공격했다”며 “두 번은 돈과 음식을 빼앗았고 마지막은 내가 가진 것이 없자 나를 강간했다”고 말했다. 20세의 또 다른 여성은 두 차례나 강간을 당했고 한 번은 강간범들이 사막에 그녀를 벌거벗겨 놓은 채 달아났다고 말했다.

강도들은 소말리아 쪽 국경지역에 있는 소말리아 반군 알샤바브를 두려워하지만 인적이 드물고 경찰이 거의 없는 케냐 쪽 국경에서는 안전하다고 느껴 활개를 친다.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는 확실한 방법은 국경을 따라 수용소를 세우고 다다브 난민캠프까지 난민들을 버스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케냐는 소말리아인이 더 많이 유입될 것을 우려해 이 방법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케냐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케냐는 국제 기준에 맞게 책임을 지고 있고 소말리아 피난민들을 따뜻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다브 난민캠프에 온 소말리아인들을 쫓아내지 않음으로써 지금 케냐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 다다브는 소말리아 난민캠프가 됐다. 그러나 대규모 강간과 폭력을 피하기 위해 케냐는 구호기관들이 케냐와 소말리아 국경에 수용소를 세우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미국인들은 동정심이 줄어들고 있다. 다다브 난민캠프에서 쓴 지난번 칼럼에서 나는 여덟 명의 자식 중 두 명이 이미 굶어 죽고 세 명이 죽을 위기에 처한 아버지에 대해 썼다. 많은 독자들이 여덟 명의 자식을 둔 아버지는 도울 가치가 없다는 글을 보내왔다.

이러한 견해는 잘못됐다. 소말리아인들은 자식 중 몇 명은 어려서 죽을 것을 알기 때문에 여덟 명 정도의 자식을 낳는다. 우리가 생명 구호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와 소말리아 부모들에게 그들의 자식들이 모두 생존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할 수 있다면 가족의 크기는 줄어들 것이다. 또 교육받은 소말리아 여성들은 아이를 더 적게 낳을 것이다. 인도에서는 가구당 평균 아이가 1950년대 6명에서 지금 평균 2.6명까지 떨어졌다. 가족계획과 여성 교육 덕택이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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