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임성호]서울시장, 후보만 있고 정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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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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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서울시장 선거가 과거 초등학교 반장 선거처럼 돼선 곤란하다. 반장 선거에서 학교정책이 쟁점으로 떠오르는 일은 거의 없다. 그저 후보들의 인기투표로 그친다. 평소 친구들을 친절하게 대했거나 사탕을 나눠먹었거나 학기 초라 잘 모를 때는 왠지 멋지거나 씩씩한 듯 보이는 후보가 반장으로 당선된다.

대통령선거 다음으로 상징성 커

초등학교라면 이런 인기투표 반장 선거를 개탄할 것까진 없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가 이렇게 된다면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최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노리는 후보들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각 정당 후보들, 시민운동가 출신의 후보들, 귀에 익거나 좀 생소한 그들의 이름이 시민 사이에서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누가 출마하니 마니, 여론조사에서 누가 누구를 앞섰느니 뒤쫓느니, 누구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느니, 누구들끼리 경선을 하고 누구와 후보 단일화를 하니 마니….

여러 시장 후보가 신문 지면과 회식장소에 흥미 위주의 이야기 재료를 제공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아직 인물 품평만 난무하고 정책 쟁점은 실종돼 있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선거일까지 한 달쯤 남았다. 비록 갑자기 치르는 보궐선거라 해도 무언가 정책 현안이 유권자의 관심을 끌고 후보들의 차별성을 드러내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후보들의 피상적 색깔이나 자질만 거론될 뿐 구체적 정책 현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발동조차 안 걸리고 있다. 누가 어떤 정책 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가기 위해 서울시장이 되고자 한다는 얘기가 핵심으로 들려야 하는 것 아닐까.

대통령 선거 다음으로 상징성이 크고 정치적 파급성이 큰 서울시장 선거라면 정책선거로서의 이상적 모습을 최소한 흉내라도 내야 마땅하다. 서울시민에게 직결되는 여러 정책 쟁점이 선거과정을 이끄는 의제로 정립돼야 한다. 각 후보는 이런 정책 쟁점에 대한 입장을 세워 유권자에게 알리고 합리적 근거로 치열한 논쟁을 해야 한다. 유권자는 이런 과정을 지켜보며 각자 마음을 정하고 친지들과도 토의하는 시민으로서의 책무에 충실해야 한다. 이런 당위적 바람이 다 충족될 순 없다고 하더라도 수많은 민생 현안 중 일부, 적어도 보궐선거의 빌미가 된 무상급식 등 복지정책이라도 선거 쟁점으로 부각돼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구체적 정책만 서울시민의 판단 기준이 될 필요는 없다. 전반적인 시정 혹은 국정 방향, 시대 상황, 거시적 정치구도, 후보의 개인적 품성과 리더십 능력, 후보별 지지기반이나 조직의 성격 등도 유권자가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데 고려해야 할 요인이 될 수 있다. 서울시는 거시적 정치환경 및 시대조류, 개인적 리더십과 유리된 채 정책요인만으로 운영될 수 없다.

그럼에도 피상적 인기투표가 아닌 공익 내지 공동선을 논하는 공적 절차로서의 선거로 승화하려면 정책 토의가 중심이 돼야 한다. 일방성, 자의성, 편파성을 띠기 쉬운 다른 요인들에 비해 구체적 정책 현안은 공공성을 우선시하는 공적 토의와 이성적 판단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인기 아닌 공익 논의하는 자리돼야

이번 보궐선거는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와 12월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 어느 정당이 국회 다수당이 되고 누가 대통령이 될지 정파적 실리 계산 차원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당위적으로 더 중요하게, 어떤 정책 현안이 국민적 의제로 설정돼 어떤 여론을 낳고 어떤 정책 토의 무대를 마련할지 엿볼 수 있다는 공공적 차원의 의미가 크다. 내년 양대 선거가 진지한 정책선거로 발전하려면 이번부터 정책 선거화를 시작해야 한다. 이미 좀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정치권, 시민사회, 언론, 선거관리위원회 모두 이쪽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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