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연예인 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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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6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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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에게 가장 무서운 정부기관은 연방수사국(FBI)이나 검찰이 아니라 국세청(IRS)이다. ‘미스터 클린’으로 불리던 검찰총장 출신 엘리엇 스피처 뉴욕주지사를 2008년 성매매 파문으로 사임시킨 것도 IRS였다. 금융기관의 수상한 자금거래를 추적하던 IRS에 스피처 주지사가 딱 걸려들었다. 화대를 지불하기 위해 현금을 찾아 쓴 게 문제였다. IRS는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을 통한 북한의 불법자금 거래도 찾아내 계좌를 동결했다.

▷IRS의 예민한 레이더는 할리우드 배우라고 피해가지 않는다. ‘블레이드’ 시리즈의 웨슬리 스나입스가 출연하는 영화는 당분간 볼 수 없다. 스나입스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소득 3억8000만 달러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아 플로리다 법원으로부터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니컬러스 케이지도 자신의 영화제작사를 통해 개인 경비를 처리했다며 IRS로부터 세금과 벌금을 부과받았다. 할리우드 탈세 배우 2명 모두 한국인 출신 아내를 두었다니 우연치고는 공교롭다.

▷예능프로그램 진행자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방송인 강호동 씨와 유명 배우 김아중 씨가 국세청으로부터 소득세 탈루로 수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강 씨의 추징금은 수억 원대, 김 씨는 6억 원에 달한다. 추징 액수로 미뤄 이들의 실제 수입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소속사는 “추징세금을 충실히 납부하겠다”며 자세를 낮추면서도 고의성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안 걸리면 절세(節稅), 걸리면 탈세(脫稅)’라는 식의 세무장난이 드러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1인 기업’인 연예인의 특성상 어느 선까지를 필요경비로 인정해야 할지 모호한 점은 있다. 그러나 연예인은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인이다.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는 공인 중의 공인이다. 회당 출연료가 1000만 원이 넘는 연예인이 세금도 제대로 안 냈다면 팬들의 허탈감이 클 것이다. 단지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것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도 관심을 갖는다면 좋을 것이다. 록밴드 U2의 리드싱어 보노는 아프리카의 가난과 질병을 퇴치하기 위해 애쓴 공로를 인정받아 3번이나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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