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전의 화신 ‘한국판 스티브 잡스’를 待望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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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어제 사퇴하고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났다. 그는 매킨토시 컴퓨터, 음원재생프로그램 아이팟, 스마트폰 시대를 연 아이폰과 차세대 태블릿PC인 아이패드 등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아 애플을 세계 최고 기업으로 만들었다.

잡스가 1976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허름한 창고에서 애플을 창업한 이후 지금까지의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천재성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도전정신의 화신이었다. 1985년 애플에서 쫓겨난 뒤 좌절하지 않고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사들여 ‘토이스토리’ 같은 인기 영화를 제작했다. 1997년 애플로 복귀해 14년간 연봉 1달러씩만 받으며 애플의 부활을 이끌었다. 2007년 아이폰을 내놓았을 때 ‘무모한 시도’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스마트폰 시대를 활짝 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애플의 잡스가 만약 한국에서 교육을 받았다면 창업도, 성공도 힘들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국의 교육과 기업경영 풍토를 비꼬는 말이다. 국내 정보기술(IT)산업은 유선 초고속 인터넷 부문에서는 세계 1위지만 무선 인터넷 분야는 상위권에 들지도 못한다. 세계경제포럼 국가별 네트워크 준비 능력은 2008년 9위에서 2010년 15위로 밀렸다. ‘IT 코리아’의 힘과 속도가 떨어진 이유는 시장 변화에 둔감하고 도전정신이 줄어든 때문이다.

애플은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 역량을 잘 결합해 경쟁력을 키웠다. 소프트웨어 분야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삼성전자는 어제 스마트폰 운영체제(OS) 바다 2.0을 공개했다. 김상헌 NHN 사장은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을 위해 향후 10년간 1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잡스처럼 창조적으로 사고하고 끝없이 혁신을 시도하는 사람이라야 한국의 IT를 도약시킬 수 있다. 잡스가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식 때 연설했던 명언은 지금 우리 젊은이들에게도 유효하다. ‘항상 갈망하고 바보짓을 두려워하지 말라.’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대망(待望)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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