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신용등급 강등과 간 총리 퇴진’ 교훈 삼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5일 03시 00분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Aa2에서 Aa3으로 한 단계 낮춘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지만 세계 3위 경제대국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냈다. 무디스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결정적 원인은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급증이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200%를 넘어 주요 경제권 가운데 가장 높다. 올해 예산 가운데 세수(稅收)는 절반도 안 되고 나랏빚으로 충당하는 비중이 더 높다. 그리스나 아일랜드처럼 국가부도 위기에 몰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점점 심상치 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건실한 재정을 자랑했던 일본이 세계 최악의 빚더미 국가로 전락한 것은 정치권의 재정 포퓰리즘 탓이 크다. 1990년대 초 일본의 거품경제가 무너지고 성장률이 추락하자 당시 자민당 정권은 미래 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빚을 내 경기를 떠받치는 정책을 남발했다. 2009년 9월 출범한 현 민주당 정권은 선거 과정에서 복지를 전면에 내세워 아동수당 신설 등 ‘퍼주기 정책’을 쏟아냈다. 올해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피해 복구에 필요한 막대한 추가 자금도 재정난을 가중시켰다.

1년이 멀다 하고 총리가 바뀌는 일본의 고질적 정치 불안과 정쟁(政爭), 리더십 결여도 재정 악화를 가속화하는 데 한몫했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퇴진 압박을 받아온 간 나오토 총리가 1년 2개월 만에 물러나고 이달 말 새 내각이 출범할 예정이다. 민주당 정권 출범 후 2년도 안 돼 세 번째 총리가 등장하게 된다. 정권 교체 직전 몇 년간 자민당 정권 역시 1년 안팎의 단명(短命) 총리가 많았다. 무디스는 “과거 5년간 총리가 빈번하게 교체되면서 일관된 정책 실행이 어려운 것도 등급 강등의 이유”라고 밝혔다.

간 총리는 위기관리 능력 및 리더십 부족, 잦은 말실수로 지지도가 추락했다. 여당인 민주당 내 알력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민주당이 2년 전 총선에서 표를 얻는 데 급급해 쏟아냈던 복지 포퓰리즘은 간 정권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일본 민주당은 이달 29일 사실상의 후임 총리 선거인 당 대표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차기 총리로는 마에하라 세이지 전 외상 등이 거론되지만 누가 다음 총리가 되더라도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일본에서는 정치인들이 선거만 의식하느라 타협보다는 정쟁에 몰두하고 국익이 관련된 정책마저도 적시에 수행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거세다. 정치권의 포퓰리즘과 정쟁이 초래한 재정 악화로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정치적 불안이 이어지는 일본의 현실을 보면서 우리 정치권이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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