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승일]같이, 멀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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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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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동아일보는 ‘같이 가야 멀리 간다’는 기획 기사를 10회에 걸쳐 연재했다. 동반성장의 여러 이슈를 현장 상황, 모범 사례, 전문가 의견을 통해 깊이 있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특히 상생 모범 사례 등 동반성장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 확산에 기여했다고 본다.

대기업-中企 동반성장 불만 높아


그러나 동반성장의 길은 아직 멀다는 생각이다. 상생, 동반성장, 공생발전 등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의 불만이 여전히 높다. 원인이 무엇일까. 공정경쟁 질서라는 기업 행동의 나침반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윤이 본질이며 사명이다. 기업가 정신이 존중받는 것도 이윤을 향한 창조와 혁신의지, 도전정신이 경제발전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기업 간 거래에서는 한 푼이라도 싸게 물건을 구하는 쪽과 한 푼이라도 비싸게 물건을 팔려는 쪽이 대립한다. 시장경제의 보편적이며 본질적인 모습이다. 상생, 동반성장, 공생 등의 단어는 느낌은 좋지만 치열한 경쟁이 본질인 시장경제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외국에서 상생이나 동반성장 정책을 낯설게 느끼는 것도 이 같은 상치 때문으로 보인다.

상생, 공생은 평화와 공존, 상호 보완의 의미를 지닌다. 정치 이데올로기나 슬로건에는 적합한 말이지만 경쟁이 본질인 기업 생태계를 개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등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들은 적자생존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장했다. 대기업의 지원이나 배려로 오늘날의 위치에 온 것이 아니다. 다만 그들에게는 공정한 경쟁질서와 벤처 생태계가 있었다. 국가 경제를 대기업 몇몇이 좌우하지도 않으며 벤처기업의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가치를 충분히 보상받는 기업 환경이 있다.

동반성장의 생태계 중심에는 기업 간 공정경쟁 질서가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경쟁이 뿌리 내리면 상생과 동반성장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대-중소기업 간 성과 격차, 중소기업 적합 업종, 중소기업 기술 탈취, 부당한 하도급 거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등 대부분의 동반성장 이슈들은 공정경쟁 생태계의 불비에서 비롯된다. 상생, 동반성장, 공생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공정’은 불공정한 기득권을 겨냥하는 느낌에서 사용이 자제된다. 하지만 동반성장의 핵심이 공정한 경쟁에 있다면 이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본질적인 문제에 답해야 한다.

첫째, 대기업이 문제인가, 아니면 지배주주가 문제인가. 일감 몰아주기, MRO 문제, 순환식 상호출자에 의한 부당한 계열사 확장, 상속세 탈세 등은 기업이 아닌 개인의 문제다. 만약 그것이 기업 양극화의 본질이라면 동반성장은 대-중소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 지배주주 개인의 불법과 탈법으로 다스려야 한다. ‘기업 간 동반성장’이 아니라 공정경쟁 질서 차원에서 지배주주 개인을 규제하는 것이 논리적이며 효과적일 것이다.

기업간 공정경쟁 질서 자리잡아야

둘째, 법원의 양형과 공정경쟁 질서의 문제다. 공정경쟁 질서 훼손행위를 엄벌하여 시장에 공정한 경쟁이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사기, 횡령, 배임, 공갈은 물론이고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해 좀 더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 또한 지금은 지식 중심의 경제시대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과 아이디어, 노하우 등을 훼손, 탈취하는 행위는 철저하게 응징해 재발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셋째,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노사정 차원에서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등 고용 문제에 본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동반성장을 기업인 간의 문제로만 좁히면 성장동력 창출, 고용 등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것이다.

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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