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과서 검정權, 편향 시각 걸러낼 권한 포함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7일 03시 00분


서울고법은 어제 금성출판사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 담긴 좌(左)편향 기술들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린 수정 명령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작년 9월 1심 재판부가 “교과용 도서심의회의 심의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수정 명령이 위법하다”고 판결한 것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관계 규정상 수정 명령은 검정 절차와는 달리 심의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가 “국가는 검정신청 도서의 내용이 학생 수준에 적절한지, 편향적인 이론·시각·표현을 담고 있거나 국가체제와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닌지 심사할 수 있다”고 판단한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사 교과서가 이 땅에서 살아갈 미래 세대에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헌법적 가치를 바탕으로 역사적 진실을 가르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판결이다. 한국사 교육은 학문으로서의 국사학과는 다르다. 국사 교육을 하는 목적은 국가 정체성의 확인과 애국심 함양을 포함한다. 교과서 내용을 교육 목적에 적합하게 수정하도록 적극적인 심사권(權)을 행사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권리다.

문제가 된 금성출판서 교과서에는 ‘북한은 일제의 식민 지배를 청산하고 사회체제를 바꾸는 일련의 정책을 실시했다’ ‘(이승만 정부에서) 민족정신에 토대를 둔 새로운 나라의 출발은 수포로 돌아갔다’는 식으로 북한체제를 미화하고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하는 내용이 서술돼 있다. 교과부의 29개 항목 수정 명령은 정상적인 역사관을 지닌 사람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이나 불명료한 서술, 역사적 진실과는 동떨어진 기술에 대한 최소한의 지적이었다. 2심 재판부는 “수정 명령은 교과부가 갖고 있는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교과서 집필은 개인적인 표현의 자유 행사와는 엄연히 구분돼야 한다. 집필자들이 학문적 소신을 주장하려면 책이나 논문을 통해 발표하면 된다. 인식이 미숙한 초중고생을 상대로 한 한국사 교과서는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고 균형 잡힌 서술을 제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식민지 지배에서 풀려난 가난한 나라가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것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성공 스토리다. 교과서 필진들은 공동체의 존재 의미가 충분히 담길 수 있는 내용을 서술해야 한다. 현재 2013학년도부터 사용될 새로운 한국사 교과서가 제작되고 있다. 교과부는 이번에는 좌편향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제대로 된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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