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희경]‘말라리아 퇴치’ 불가능한 것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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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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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 세이브더칠드런 부장
김희경 세이브더칠드런 부장
지난 어린이날 서울 덕수궁 앞에 모기장을 쳐놓고 ‘아프리카 5세 미만 영유아 살리기’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풍선에 매단 종이 모기를 아이들이 잡아오면 말라리아의 위험성을 설명해주었는데, 한 아이가 “어떻게 모기에 물린다고 죽어요?”라고 묻더군요.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가 따로 있고 실제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고 말해줘도 믿지 못하는 눈치였습니다. 우리에겐 어처구니없게 들리는 일이 다른 곳에선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78만여 명이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습니다. 그중 85%는 5세 미만 영유아입니다. 이 순간에도 45초마다 한 명의 아이가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습니다.

말라리아 감염이 심한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의 나라들에선 말라리아가 국내총생산(GDP)을 1.3%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살충 처리된 모기장과 치료약을 살 형편이 안 되는 가난한 사람들은 말라리아로 인해 교육받을 기회, 일할 기회를 빼앗기고 더 심한 빈곤의 늪에 빠져들게 됩니다.

이토록 치명적이지만 예방책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프리카 중남부의 잠비아는 2002년 말라리아와의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게이츠재단의 도움으로 살충 처리된 모기장을 가진 집이 2002년 11만5000가구에서 2007년 340만 가구로 늘었습니다. 모기장과 치료약 보급, 공중보건 강화로 잠비아에서는 2002년 이후 5세 미만 영유아 7만5000명의 목숨을 말라리아로부터 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말라리아 백신과 모기장은 여전히 부족하고, 치료약에 대한 내성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전선에서 싸우는 과학자들의 헌신과 함께 일반인의 관심도 필요한 때입니다. 국내에서 후원금으로 사서 보낼 수 있는 살충 처리된 모기장과 예방약, 모기퇴치 스프레이 가운데 가장 비싼 물품인 모기장은 1만 원에 불과합니다. 불의의 사고로 숨진 박재원 가천의과대 교수의 꿈이던 말라리아 퇴치,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김희경 세이브더칠드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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