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윤호]주폭(酒暴)과 조폭(組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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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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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입학처장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입학처장
우리 사회의 지나친 음주문화는 아마도 음주에 대한 지나친 관용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음주에 대한 관대함은 법의 집행과 적용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형법은 ‘심신미약’을 형의 감경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데, 주취를 심신미약의 하나로 인정하여 형의 감경사유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음주에 대한 지나친 관용은 음주 이후 행해지는 상당한 폭력이나 범죄행위까지도 단순히 ‘술로 인한 실수’로 치부하기에 이르렀다. 경찰도 주취자의 폭력 등에 대해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지 않아 국가권력의 상징이요 법집행의 최일선 보루라고 할 수 있는 경찰지구대나 파출소마저도 마치 주취자들의 해방구처럼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과연 술에 취했다는 것만으로 모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조직을 등에 업고 서민을 괴롭히는 폭력배들의 폭력행위를 조폭이라고 하듯 술의 힘을 빌려 서민을 괴롭히거나 폭력을 행하는 경우를 주폭이라고 한다. 주폭이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상습적으로 공무의 집행을 방해하거나 선량한 시민을 폭행하고 위협하여 평온한 질서를 침해하는 사회적 위해인 것이다.

이에 경찰은 지난해 말부터 전담수사팀을 편성하고 주취폭력 단속에 나서 올해 들어 7월 31일까지 571명을 검거하고 488명을 구속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5월 이후 상습적인 주취폭력범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의 발부율이 98.7%에 이르렀을 정도로 엄정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폭력범죄의 상당수가 음주와 관련이 있다는 통계는 음주가 일종의 격정범죄요 상황범죄라고 할 수 있는 폭력범죄의 유발, 촉진, 또는 적어도 방아쇠 요인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주취폭력에 대한 엄정한 법의 집행은 또 다른 폭력범죄를 예방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국가권력의 상징인 경찰권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도, 주취자 처리에 소요되는 경찰력의 효율적인 활용과 그로 인한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건전한 음주문화의 정착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주취자들의 폭력인 주폭은 습관적이며 우범화할 우려가 높다는 점에서 주취자들에 대한 엄격한 법의 집행과 처벌은 향후 음주로 인한 폭력을 억제하고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단순히 경찰의 주폭 단속만으로 우리 사회의 음주에 대한 지나친 관용과 같은 잘못된 음주문화가 바뀌기란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술에 취하면 범죄를 저질러도 용인된다는 잘못된 인식은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취폭력은 엄연히 범죄행위다. 이를 방치하는 것은 법 집행의 포기이며 국가권력의 마비를 초래하여 향후 다른 정당한 법 집행도 어렵게 하기 때문에 경찰의 엄중한 대응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의 법 집행은 공정하고 정당해야 한다. 현재 주취자의 보호는 경찰관직무집행법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고 있으나 주취자에 대한 제재는 그 법적 근거가 분명치 않다. 물론 주취자의 난동이나 경찰에 대한 폭력행위에 공무 집행 방해라는 형법조항을 적용하고 있지만 국가권력의 정당성과 일관성 있는 집행을 위해서라도 일본의 명정규제법이나 호주의 주취자 관리 및 보호법과 같은 독자적인 법의 제정이나,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주취자 보호와 제재에 관한 규정을 명시하는 등 법적 근거의 마련이 필요하다.

동양의 법사상가인 법가는 ‘법을 받드는 것이 강하면 강한 나라가 되고, 법을 받드는 것이 약하면 약한 나라가 된다’고 하였다. 주취자에 대한 국가권력의 정당한 집행이야말로 법을 강하게 받들고 그래서 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지름길이 아닐까.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입학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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