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관료 再취업 규제해야 대학개혁 성공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8일 03시 00분


동아일보가 2003년 이후 교육과학기술부(옛 교육인적자원부)에서 퇴직한 3급 이상 고위 관료의 재(再)취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141명 가운데 37.6%인 53명이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노무현 정부에서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을 지낸 이기우, 김영식, 우형식 씨는 각각 재능대, 한국국제대, 금오공대 총장으로 갔다. 대학 관련 단체, 교육 관련 협회 및 연구기관 등에 자리 잡은 사람까지 합하면 전체의 76%인 107명이나 됐다.

재정자립도가 약한 사립대학들은 수백억 원대의 지원금이 걸린 교육역량 강화사업, 두뇌한국(BK)21사업, 입학사정관제 도입대학 지원 대상에 선정되거나 구조조정 대상에서 빠지기 위해 교육당국을 상대로 사활을 건 로비전을 벌인다. 대학들이 학문적 업적이 뛰어난 학자나 경영능력을 지닌 전문경영인 출신보다 교과부를 상대로 지원금을 따올 수 있는 전직 관료를 선호하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달 4급 이상 공직자가 대형 로펌이나 회계법인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했지만 대학은 규제업종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비영리기관인 사립대와 억대 연봉을 받는 법무법인 회계법인을 동일선상에서 보기 힘들다는 논리였으나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한 측면이 있다. 총장 이사장 등으로 대학에 간 교육 관료들이 교과부를 상대로 벌이는 로비의 힘은 경제 관료 못지않게 클뿐더러 은밀하게 진행돼 적발하기도 어렵다.

지난해 교과부는 당초 30여 곳의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을 선정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최종 명단에 23개 대학만 포함시켰다. 왜 이렇게 줄어들었는지 철저한 감사가 필요하다.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 오늘부터 66개 대학에 대한 본감사에 나서는 감사원은 차제에 전관(前官)예우 관행을 이용한 전직 교육 관료의 로비 행태를 밝혀내야 할 것이다. 부실대학을 그대로 놓아두고 반값 등록금을 시행한다면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대학 구조조정 방침을 보고받은 자리에서 “숫자에 얽매이지 말고 몇 곳을 하더라도 제대로 하라”고 말했다는데 백번 맞는 말이다. 교육부가 전관을 활용한 로비에 확실하게 선을 긋는 모습을 보여야 부실대학들이 구조조정을 피해가려는 마음을 먹지 못할 것이다. 산하 기관 재취업 규제대상에 대학을 포함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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