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만종]한국도 ‘테러 안전지대’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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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 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 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
유럽에서 가장 평화로운 나라로 여겨졌던 노르웨이에서 청소년캠프 행사장과 정부청사를 노린 연쇄테러가 발생했다. 90여 명이 사망한 이번 사건은 노르웨이뿐 아니라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우리는 테러의 시대에 살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테러의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정작 테러의 위협과 대응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우리와는 관련이 없는 일이려니 하는 무관심은 우려스럽다.

다문화 갈등, 테러로 발전 가능성

우리나라의 테러 환경도 변하고 있다. 세계화에 따라 위험지역에 대한 방문객이 증가하고 있으며, 중동지역 파병이 한국에 대한 아랍권의 적대감 표출로 이어지면서 한국인에 대한 테러의 직간접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다 새터민과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 국제결혼의 증가 등 한국의 새로운 사회현상은 사회적 갈등의 근원이 될 수 있다.

노르웨이 테러의 용의자가 반(反)이슬람과 다문화주의를 경멸하는 극우기독교민족주의자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국가가 화합을 이끌지 못하는 다문화사회는 갈등이 분출될 위험이 상존한다고 볼 수 있다. 노르웨이 테러가 국제테러 분자가 아닌 자국민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것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결코 적지 않다. 이는 새로운 테러 주체가 등장하고 있음을 알리는 사건이다.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소외된 계층이 차별과 멸시와 좌절을 이유로 테러를 자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문화사회로의 변화에 정부와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포용하는 마음을 갖도록 이끄는 게 필요하다. 한국사회가 이런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테러와 관련된 한국의 미래 상황은 유럽의 현재 상황과 다를 바 없을 수 있다.

또한 정치·경제적 소외계층에 대한 대비책도 함께 마련해 나가야 한다. 급속한 사회 발전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기대감은 증가하지만 그 열망을 채워주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때 사회에 대한 불만과 소외가 확대되면서 ‘묻지 마 테러행위’로 분출될 수 있다.

테러는 예방이 최선의 방책이지만 테러 위협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철저한 방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고 구호 매뉴얼 준비와 함께 눈에 안 보이는 테러 취약요소 제거, 민관이 연계한 대응책 마련 등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안보 개념하에 테러의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 오슬로 정부청사에서 폭탄 테러를 한 뒤 30km 떨어진 섬으로 이동해 제2의 범행을 일으키기까지 몇 시간 동안의 무방비로 인해 피해가 더욱 커졌다는 것 역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테러 대응은 어느 한 기관만의 임무와 책임이 아니며 전 국민이 함께 감당해야 할 문제다. 정부와 국민, 사회적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대(對)테러 전략을 세워야 한다. 테러 발생 이전의 예방 전략과 테러 발생 후의 사후처리 전략으로 나눠 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정부, 사회의 각 기관, 국민의 행동요령을 규정하고 반복적인 시범훈련을 통해 각자의 행동요령을 숙지하게 해야 한다.

소외계층 보듬어 ‘묻지마 테러’막아야

이번 사건은 과거 스페인 및 영국에서 발생한 테러가 이슬람주의자에 의한 공격이었음에 반해 반이슬람주의자에 의한 공격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두 사건 모두 국제테러 분자가 아니라 자국민에 의한 테러였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었다. 한국도 더는 테러의 안전국가라고 할 수 없다. 방심하면 우리 주위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항상 대비하고 경계해야 한다. 테러범에 의한 폭발로 도시가 불바다가 되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아비규환의 안보 파탄 상황에서야 국가 존립의 위기를 느낀다면 이미 때는 늦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 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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