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준영]“세계육상대회 보러 대구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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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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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영 영남대 체육학부 교수
한준영 영남대 체육학부 교수
오늘도 운전을 하며 오가는 길에 8월 27일 개막하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릴 대구스타디움을 지나쳤다. 장대비가 쏟아졌지만 스타디움의 오른쪽 외부는 상업시설과 육상트레이닝센터 등의 건설이 한창이었다.

다소 어수선해 보이는 외부와는 달리 대구스타디움의 내부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준비를 마쳤다. 신기록을 위한 마법의 양탄자로 불리는 파란색 몬도트랙이 선수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고, 전광판과 음향시설 등 경기장 시설은 국제공인 1등급을 받았다. 게다가 지난 몇 년간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 준비와 진행을 통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운영을 준비했다. 자원봉사자도 6000명을 훌쩍 넘을 정도로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울 만큼 대회 운영 준비는 됐다.

경기장 내부시설과 자원봉사 등과 같이 대회 운영을 위한 준비는 세계 최고의 수준에 이르렀지만 대회를 선수들 간 경쟁을 넘어서는 큰 잔치로 만드는 것은 대구스타디움의 외부와 같이 다소 어수선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잔치를 찾아 즐기는 손님, 즉 관중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요즘 프로야구가 그러하듯 충성도 높은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채운다면 그 모습은 말 그대로 큰 잔치와 같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육상의 현실을 직시한다면 굳이 팬이 아니라 ‘어디 한 번 구경해 볼까’ 하고 찾아주는 관중만으로도 기뻐해야 할 상황이다. 전체 45만 장의 입장권 가운데 이미 74%가 팔려 일견 성공에 다가선 느낌이다. 이는 지난 오사카대회와 베를린대회의 49%, 70%에 비해 크게 높은 수치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척박한 육상 현실을 감안하면 과분한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판매 내용을 자세히 보면 개인이 구매한 입장권은 3만여 장에 불과하다. 그나마 외국인 판매를 빼고 나면 7500여 장만이 팔렸다고 한다. 지난 베를린대회 입장권과 내년 런던 올림픽 육상종목 입장권과 비교해도 굉장히 싼 가격이지만 이마저도 관중을 끌어 모으기에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대부분 입장권은 공무원과 초중고교생, 지역의 기업들이 구매했다. 과연 이렇게 팔린 입장권들이 실제 관중으로 변신할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선진국이 아닌 국가들에도 스포츠를 촉진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그런 계기로 만들려면 조직위원회나 운영주체가 선동적 예상 수치가 아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예측 자료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동의와 공감을 얻어야 한다. 또 한시적 이벤트 운영이 아니라 중장기 계획을 실행하고 관리하는 사후 관리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보다는 더 많은 가족 단위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즐기게 하려면 육상대회를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육상체험관과 스타포토존 등의 다양한 놀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올림픽처럼 도시의 이름을 걸고 치르지만 실제적으로는 세계인과 함께하는 국가적 이벤트다. 최근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에서 보인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8월 대구에도 함께한다면 이번 대회는 앞으로 국민이 더욱 좋은 환경에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토양이 될 것이다. 지금 한국 육상은 비인기 종목일지언정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스포츠문화가 한 단계 발전을 도모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최고의 운영, 최고의 시설, 최고의 선수 등 이미 최고의 대회는 준비가 돼 있다. 그리고 대구와 그 인근에는 꽤 많은 먹을거리, 볼거리, 경험거리 등이 있다. 처음 이 지역을 찾는 분이라면 톡 쏘는 대구의 매력과 함께 세계 최고의 스포츠축제를 올여름 즐기실 수 있을 것이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박명수와 지드래곤의 ‘바람났어’라는 노래같이 흥겨운 잔치 바람으로 휘몰아쳤으면 한다.

한준영 영남대 체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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